반가운 책
모든 책이 반갑습니다. 읽고 싶던 책은 읽고 싶기에 반갑습니다. 얄딱구리하네 싶다고 느끼는 책은 얄딱구리하다고 느끼는 이야기가 무엇인지 보여주기에 반갑습니다. 첫눈에 확 아름답다고 느끼는 책은 마음을 사로잡는 아름다움을 훌륭히 알려주니 반갑습니다. 내 눈길 조금도 잡아끌지 못하는 책은 내 삶과 넋과 꿈이 어떠한 길을 씩씩하게 걸어가는가를 일깨우니 반갑습니다.
어느 책이나 반갑습니다. 새로 나오는 책이 반갑습니다. 오래 묵은 책이 반갑습니다. 선물받는 책이 반갑습니다. 선물하는 책이 반갑습니다. 헌책방에서 찾아낸 책이 반갑습니다. 새책방에서 언제나 만날 수 있는 꾸준한 책이 반갑습니다. 아이들이 늘 손에 쥐며 넘기는 만화책이 반갑습니다. 내 어린 나날 손때 짙게 밴 낡은 만화책도 나란히 반갑습니다.
하기는. 책은 읽을 때에도 반갑고, 안 읽을 때에도 반갑지요. 내 마음속으로 스며들어 내 마음밭 기름지게 북돋우는 책도 반가우며, 내 이웃과 동무 마음자리로 깃들어 내 이웃과 동무한테 기쁜 사랑씨앗 나누어 주는 책도 참으로 반갑습니다. 4346.6.20.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책 언저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