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책들
작은 책들을 눈여겨봅니다. 책시렁에 번듯하게 꽂히더라도 커다란 책들 틈바구니에서 책등조차 거의 드러나지 못하는 작은 책들을 눈여겨봅니다.
작은 책들을 살펴봅니다. 큰 책들 꽂히고 나서야 큰 책들 위쪽에 덩그러니 놓이기 마련인 작은 책들을 살펴봅니다.
이 작은 책들은 어떤 사랑을 받아 태어났을까요. 이 작은 책들은 왜 다른 커다란 책들처럼 커다란 판으로 태어나지 못했을까요.
작은 책은 값이 쌉니다. 큰 책하고 똑같은 줄거리 담았어도, 종이를 적게 쓰고 잉크를 적게 먹어 값이 쌉니다. 작은 책은 값이 싸니까, 작은 책을 만들어 파는 책마을 일꾼은 돈을 적게 법니다. 사람들이 어차피 사서 읽는 책이 똑같다면, 큰 판짜임으로 엮어 내놓으면 돈을 제법 벌 만하겠지요. 그렇지만, 어느 책마을 일꾼은 굳이 작은 책으로 엮어서 내놓습니다.
파묻히기 쉽고 사라지기 쉽다 할 작은 책들인데, 외려 이 작은 책들이 더 크게 보이곤 합니다. 큰 책들 사이에 낑기거나 찡기거나 눌리기 쉽다 할 만큼 작은 책들이지만, 되레 이 작은 책은 한 번 더 쓰다듬거나 어루만지고 싶습니다.
작기에 늘 주머니에 넣고 다닐 만합니다. 작으니 잠자리에서도 버스에서도 길에서도 자전거에서도 손쉽게 들고 다닐 만합니다. 작은 마음으로 작은 사랑 담아 작은 이야기 꾸리는 작은 책을 작은 사람이 작은 손으로 만지작거립니다. 4346.6.18.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헌책방 언저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