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티열매 돌아보기

 


  유월 한복판으로 접어들었으니 느티열매 수북히 느티나무 둘레로 떨어졌을까. 어제 낮 퍽 우람한 느티나무 한 그루 선 곳에 다녀왔는데 미처 살피지 못했다. 사월 한복판에 꽃이 피고 오월 접어들어 꽃이 지면서 열매(씨앗)를 맺는 느티나무이니까, 유월과 칠월 사이에 열매를 떨구어 작은 나무들 자라도록 폭신한 흙땅으로 새끼들 풀어놓으리라 생각한다.


  온누리 어느 나무가 백 살 오백 살 천 살 먹으면 우람하게 크지 않겠느냐만, 또 이렇게 우람하게 크더라도 꽃송이와 씨앗은 더할 나위 없이 작지 않겠느냐만, 해마다 느티꽃을 보고 느티씨를 보면서 새삼스레 놀랍고 즐겁다. 이처럼 작은 씨앗 한 톨에서 우람한 느티나무가 자라니까. 이렇게 작은 씨앗 한 톨에 깃든 하느님이 우리들한테 푸른 숨결 나누어 주니까.


  아이들이 자라 어른이 된다. 어른이 된 아이들은 고운 빛줄기 나누어 준다. 그러나, 아이로 지낼 적에 사랑을 듬뿍 받으며 환한 웃음꽃으로 피어나며 어른이 되어야 비로소 고운 빛줄기를 나누어 줄 수 있다. 사랑받지 못한 아이들은 웃음꽃 피우지 못하기에, 고운 빛줄기, 그러니까 사람으로 치자면 ‘사람씨앗’이라 할 사랑인 빛줄기를 나누어 주지 못한다. 덩치는 크고 이름은 높으며 힘은 세고 돈은 많은 어른이 되더라도, 어린 나날부터 사랑받으며 자라지 못한 사람이라면, 큰회사 우두머리이건 대통령이건 이웃들한테 고운 빛줄기 나누어 주는 삶을 누리지 못한다. 100억을 벌어 10억을 베풀어야 아름답지 않다. 1만 원을 벌어 100원을 베풀어도 아름답다. 100원조차 못 벌더라도 이웃과 동무한테 고운 목소리 뽑아 노래를 불러 줄 수 있고 시 한 줄 써서 내밀 줄 안다면 아름답다. 느티나무는 푸른 숨결로 우리를 살찌운다. 4346.6.16.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꽃과 책읽기)

 

 


댓글(2)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appletreeje 2013-06-16 07:29   좋아요 0 | URL
아..느티열매가 이렇게 생겼군요.
함께살기님 덕분에 느티열매...처음으로 보는
싱그럽고 푸른 아침입니다. ^^

숲노래 2013-06-16 10:00   좋아요 0 | URL
제 손가락을 보면
열매가 얼마나 작은지... 알 만하지요?
^^;;;

느티나무는 참 우람하게 자라는데
씨앗(열매)은 참말...
콩알보다 훨씬 작고 깨알보다 조금 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