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손, 내 손은 열린어린이 그림책 5
빌 마틴 주니어.존 아캠볼트 글, 테드 랜드 그림, 이상희 옮김 / 열린어린이 / 2005년 6월
평점 :
절판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273

 


서로 손을 잡고 노래해요
― 손, 손, 내 손은
 테드 랜드 그림,빌 마틴 주니어·존 아캠볼트 글,이상희 옮김
 열린어린이 펴냄,2005.6.20./8800원

 


  아이들이 잠든 집은 조용합니다. 집안에서 나오는 소리가 똑 끊어지니 조용합니다. 그러나, 시골마을 보금자리 둘레에는 하루 내내 소리가 이어집니다. 풀벌레, 멧새, 개구리 노랫소리 이어집니다. 바람, 햇살, 도랑물 간드러지는 소리 이어집니다. 더 귀를 기울이면, 나뭇잎과 풀잎 춤추는 소리 듣습니다. 더 귀를 쫑끗 세우면, 꽃이 피고 열매 맺어 씨앗 터지는 소리 듣습니다. 더 귀를 바짝 일으키면 벌과 나비 나부끼는 소리에, 가깝고 먼 숲에서 수많은 숨결이 어우러지는 소리 듣습니다.


  여름날 새벽 네 시 무렵 희뿌윰하게 트는 동을 바라보면 새벽소리 스밉니다. 하얀 빛살에 소리가락 살포시 묻어납니다. 아무 소리 없이 찾아오는 새벽이 없습니다. 햇살이 드리우면서 빛과 볕에 묻어나는 소리 있습니다. 저녁에 해가 저물 때에도 소리 있어요. 가만히 눈을 감고 볕을 느껴 보아요. 붉게 지는 노을 물끄러미 바라보아요. 해가 우리한테 들려주는 소리가 있어요.


  지구별은 날마다 돌고, 달은 지구 둘레에서 언제나 돕니다. 사람 귀로는 지구별이나 달 소리를 못 듣는다고 해요. 그런데, 우리 스스로 귀를 기울일 수 있으면 지구가 구르는 소리 들을 수 있어요. 우리 스스로 귀를 기울이면, 개미가 걷는 소리, 진딧물이 복닥거리는 소리까지 들을 수 있습니다. 참말 시골 흙일꾼은 이삭 패는 소리를 들어요. 벼가 자라는 소리를 듣는다는 흙일꾼이 있어요.


.. 발, 발, 내 발은 또박또박 걷고 우뚝 멈춰요 ..  (4쪽)


  소리는 귀로만 듣지 않습니다. 소리는 마음으로 함께 듣습니다. 마음으로 듣는 소리 있기에 귀로 소리를 나란히 들어요. 마음을 닫을 때에는 귀로도 소리가 스미지 못해요. 한귀로 흘러들어도 다른 한귀로 빠져나가요. 한쪽 귀로 아예 못 들어오기까지 해요.


  숲소리 듣는 사람은 숲한테 마음을 열었기 때문입니다. 바람과 구름 소리 듣는 사람은 바람과 구름한테 마음을 열었기 때문이에요. 노을빛과 함께 노을소리 듣는다면, 노을한테 마음을 열었기 때문이지요.


  아이들 노랫소리 들어 보셔요. 귀로만 듣지 말고, 마음으로 들어 보셔요. 아이들이 말마디 하나하나에 얼마나 깊은 사랑과 꿈을 담아 노래를 부르는지 마음으로 들어 보셔요. 가락이나 높낮이 틀린 대목 아닌, 노래를 부르는 사랑과 꿈을 들어 보아요. 하늘소리를 듣고 흙소리를 들어요. 물소리를 들으며 바람소리에다가 꽃소리와 풀소리를 들어요.


  우리 곁 나무는 언제나 사람한테 이야기를 건넨다고 해요. 다만, 오늘날 사람들 가운데 나무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제대로 알아듣는 사람은 아주 드물다고 해요. 멧새와 들새 지저귀는 노랫소리조차 제대로 알아듣지 못하는 사람투성이예요.


  그렇지만, 오늘날 사람들은 어떤 다른 소리는 잘 알아듣습니다. 이를테면, 어떤 이는 바퀴 소리만 듣고도 ‘어느 회사 자동차’인지 알아차려요. 문 여닫는 소리로도 ‘어느 회사 자동차’인지 알아내는 사람 있어요. 아이들도 이와 같아요. 아이들은 저희 어버이가 모는 자가용 소리를 알아차려요. 어르신들도 당신 아이들(어른이 된 아이들)이 모는 자동차 소리를 곧 알아차리지요. 저 멀리에서 자동차 달려오는데, 아마 1∼2킬로미터쯤 떨어졌을 텐데, ‘어라, 우리 딸내미가 오는겨?’ 하고 알아차리지요. 왜냐하면, 소리를 귀로만 듣지 않고 마음으로 함께 듣기 때문이에요.

 

 

 


.. 코, 코, 내 코는 흠흠 냄새 맡고 쌕쌕 숨쉬어요 ..  (8쪽)


  날씨는 눈으로 읽지 못해요. 날씨는 살갗, 코, 귀, 머리, 마음에다가 눈으로 읽어요. 모든 느낌을 살려서 날씨를 읽어요. 구름 모양만 본대서 날씨를 읽지 못해요. 구름이 흐르는 소리를 들어야 날씨를 읽어요. 다시 말하자면, 오늘날 사람들은 구름 모양도 못 읽고 구름 소리도 못 읽지요. 그러니까 오늘날 사람들은 구름을 빤히 쳐다보아도 날씨가 어떻게 바뀌는 줄 알아차리지 못합니다.


  아이들 마음은 아이들 눈동자를 빤히 쳐다본대서 읽지 못합니다. 눈으로만 읽으려 하면 못 읽어요. 눈, 코, 귀, 입에다가 살갗과 머리와 마음 모두 써서 따사롭게 어깨동무하려고 할 때에, 비로소 아이들 마음을 읽을 수 있어요.


  서로 손을 잡고 노래해요. 서로 꿈을 키우면서 노래해요. 서로 사랑을 가꾸면서 노래해요. 가장 아름답게 살아갈 나날을 노래해요. 가장 즐겁게 이야기꽃 피울 하루를 노래해요.


  우리 몸에 눈이나 코나 귀나 입이 왜 있을까 생각해 봐요. 우리 팔과 다리와 손과 발은 어떤 구실을 하는지 생각해 봐요. ‘뺨따귀를 갈기려고 뺨이 있지’ 않아요. ‘뺨에 살며시 뽀뽀를 하며 사랑을 속삭이고 싶어서 뺨이 있’어요. 이러한 얼거리처럼, 풀이 왜 있고, 나무가 왜 있으며, 해와 달과 별과 무지개와 아지랑이가 왜 있는지 생각해 봐요. 그리고, 오늘날 도시에서는 왜 무지개와 아지랑이가 사라지는지, 도시에서 별을 제대로 못 보는 삶이란 무엇이 사라지면서 무너지는 삶인 줄 생각해 봐요.


.. 뺨, 뺨, 내 뺨은 쪽 뽀뽀해 주면 발그레 빨개져요 ..  (19쪽)


  테드 랜드 님 그림에 빌 마틴 주니어 님과 존 아캠볼트 님이 글을 넣은 그림책 《손, 손, 내 손은》(열린어린이,2005)을 아이들과 읽습니다. 사랑스러운 그림을 아이들과 함께 누릴 수 있어 반갑습니다. 살가운 글을 아이들한테 들려줄 수 있어 고맙습니다. 아이들과 그림책을 한 번 읽고, 두 번 읽으면서, 이야 그림책 읽는 맛은 바로 이러한 맛이로구나 하고 깨닫습니다. 그림을 가만히 들여다보기만 하더라도 즐겁습니다. 글을 여러 차례 되읽으면서 재미납니다.


  내 눈을 생각하고, 내 코를 생각합니다. 내 귀를 헤아리고, 내 발을 헤아립니다. 우리 몸 어느 자리도 참 아름답습니다. 우리 마음 아주 조그마한 자리도 아주 애틋합니다. 푸른 숨결 머금은 바람이 불어 시골마을 조그마한 집으로 스며듭니다. 아이들 새근새근 낮잠 자는 방으로 여름바람 드나듭니다. 큰아이가 하품을 하고 기지개를 켭니다. 벌써 일어나려나. 일어나려면 일어나렴. 또 신나게 놀고, 또 기쁘게 밥먹으며, 또 달콤하게 밤잠 누리렴. 4346.6.12.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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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13-06-12 18:47   좋아요 0 | URL
그림이 정겹게 느껴지는군요. 님의 글과 잘 어울려요.

"푸른 숨결 머금은 바람이 불어 시골마을 조그마한 집으로 스며듭니다. 아이들 새근새근 낮잠 자는 방으로 여름바람 드나듭니다. 큰아이가 하품을 하고 기지개를 켭니다." - 평화로운 마을이 느껴집니다. 아름다운 순간을 잘 포착하셨네요. ^^

숲노래 2013-06-12 20:56   좋아요 0 | URL
그림도 예쁘고
그림을 보는 마음도 덩달아 예쁘게 거듭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