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놀고 싶은 마음
저녁에 잠들고 아침에 깨어나는 아이들은 어떤 마음일까요. 내 지난날 돌이켜봅니다. 국민학교·중학교·고등학교 다닐 적에 날마다 어떤 마음으로 깨어났는가 돌아봅니다. 국민학교 적에는 ‘오늘 무얼 하며 놀까’ 하는 마음이 하나요, ‘오늘 숙제 안 한 것 있나’ 하는 걱정이 둘이며, ‘나보다 일찍 학교에 오는 사람은 없겠지’ 하는 생각이 셋입니다. 놀거리를 맨 먼저 떠올리고, 날마다 윽박지르는 교사들 모습이 이내 뒤따르며, 국민학생이면서 새벽 여섯 시 반 즈음 집을 나서 일곱 시가 안 되어 학교에 닿아서는 문도 안 열린 학교 담을 넘어 아직 아무도 없는 교실에 조용히 앉아 운동장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즐거움을 헤아립니다.
곧 깨어날 우리 집 두 아이를 생각합니다. 우리 집 두 아이는 아침에 깨어나면 무엇을 생각할까요. 아무래도 ‘오늘 무얼 하며 놀까’일 테지요. 오늘 놀거리를 떠올리고, 오늘 부를 노래, 오늘 즐길 여러 가지, 오늘 뛰고 달릴 이것저것 들을 헤아리겠지요.
놀잇감이 있어야 놀지 않습니다. 무엇이든 놀잇감이 됩니다. 아버지 등이나 팔이나 다리가 놀잇감이 되곤 합니다. 연필도 종이도 놀잇감이 됩니다. 빈 상자도 놀잇감이 됩니다. 작은 베개도 큰 베개도 놀잇감이 되어요. 스스럼없이 놀도록 홀가분하게 놓아 주면, 아이들은 스스로 생각을 빛내어 놀이를 찾습니다.
내가 어릴 적에도, 옆지기가 어릴 적에도, 내 이웃과 동무 모두 어릴 적에도, 저마다 스스로 놀이를 찾거나 빚거나 깨달으며 누렸으리라 생각합니다. 어른이 가르쳐 주거나 언니 오빠가 알려준 놀이도 있어요. 그러나, 가장 신나며 재미나고 알차게 누리는 놀이란, 바로 스스로 찾거나 빚은 놀이라고 느껴요.
놀고 싶은 마음을 북돋울 때에 어버이가 되고, 놀고 싶은 마음을 보듬을 때에 어른이 되며, 놀고 싶은 마음을 사랑할 때에 사람이 됩니다. 4346.6.12.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