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친구 소로우 선생님 - 달리 초등학교 그림책 12
줄리 던랩.메리베스 로비에키 글, 메리 어재리언 그림, 조연숙 옮김 / 달리 / 2005년 12월
평점 :
절판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271

 


예쁜 아이와 멋진 어른
― 내 친구 소로우 선생님
 메리 어재리언 그림,줄리 던랩·매리베스 로비에키 글,조연숙 옮김
 달리 펴냄,2005.12.25./9000원

 


  그림책 《내 친구 소로우 선생님》(달리,2005)을 읽습니다. 시골마을 어린 가시내 한 사람과 시골마을 젊은 교사 한 사람이 어우러지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시골마을 어린 가시내는 집안일에만 매여 바깥마실 누리지 못하는 삶을 갑갑하게 여깁니다. 시골마을 젊은 교사는 아이들이 시골 떠나 도시로 가도록 지식과 정보 다그치는 몫을 반기지 않습니다. 시골마을 어린 가시내는 신나게 들과 숲과 냇물을 누리고 싶습니다. 시골마을 젊은 교사는 시골마을 아이들한테 들과 숲과 냇물을 살가이 느껴 슬기롭게 사랑하는 넋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시골마을 어린 가시내한테 시골마을 젊은 교사는 놀이동무입니다. 즐겁게 들놀이와 물놀이와 숲놀이를 함께 합니다. 함께 놀며 들과 냇물과 숲에서 어울리는 하루 누리면서 삶동무 됩니다. 어떤 삶터에서 어떤 삶 일굴 때에 아름다운가를 지식이나 정보 아닌 몸과 마음으로 익힙니다. 삶을 차근차근 깨달으면서 글동무 됩니다. 날마다 새롭게 느끼고 즐겁게 받아들인 아름다운 이야기를 정갈하게 글 한 줄로 적바림해서 편지를 띄우고 시를 씁니다.


.. 헨리 데이빗 소로우 선생님은 루이자의 언니 애너가 다니는 콩코드 사립학교의 선생님이었습니다. 루이자는 소로우 선생님을 보고 싶어 안달이었습니다. 마을사람들은 그 젊은 선생님을 헛된 꿈만 꾸면서 빈둥거리는 사람이라고 숙덕거렸습니다. 대학 공부까지 했으면서 양복도 입지 않는다고 비웃었고요. 솔방울로 머리를 빗는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허클베리 덤불을 찾는 것만큼은 아무도 선생님을 따라올 수 없다는 것은 모두가 인정했습니다 ..  (8쪽)

 


  숲과 냇물과 들에서 뛰노는 아이는 예쁩니다. 숲과 냇물과 들에서 뒹굴며 삶을 노래하는 어른은 멋집니다. 숲과 냇물과 들을 배우며 숲과 냇물과 들을 아낄 줄 아는 아이는 사랑스럽습니다. 숲과 냇물과 들을 가르치며 숲과 냇물과 들을 돌보도록 북돋우는 어른은 훌륭합니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 사회를 돌아보면, 도시에서 교사로 일하든 시골에서 교사로 지내든, 아이들한테 숲도 냇물도 들도 이야기하지 못합니다. 숲과 냇물과 들을 이야기하거나 보여주거나 함께 뒹굴려 하는 교사가 아예 없지 않으나, 매우 적습니다.


  더 들여다보면, 교사에 앞서 어버이부터 숲과 냇물과 들을 즐기지 못해요. 시골에서 태어나 살아온 어버이조차 시골마을 숲과 냇물과 들을 어떻게 즐기는가를 아이들한테 물려주지 않아요. 아이들한테 텔레비전과 손전화와 인터넷과 갖가지 플라스틱 놀잇감을 갖다 안겨요. 도시에서도 아파트를 짓더라도 모래밭 놀이터나 푸나무 우거진 쉼터를 아이들한테 베풀지 않아요. 이제 도시에서나 시골에서나 어른도 아이도 풀을 사랑하지 않아요. 어른도 아이도 나무를 아끼지 않아요. 어른도 아이도 숲을 지키지 않아요. 어른도 아이도 자가용 싱싱 달려요. 어른도 아이도 꿈을 꾸지 않아요. 어른도 아이도 사랑을 나누지 않아요.


.. 루이자와 아이들은 앞으로 걸음을 재촉하는데 소로우 선생님은 이끼나 들꽃을 들여다보느라 자꾸만 가던 길을 멈추었습니다 ..  (12쪽)

 


  집안일은 사내와 가시내가 함께 배워서 스스로 건사할 일입니다. 사내도 가시내도 밥을 먹고 살림 꾸리며 아이를 돌보자면, 집안일은 둘 모두 올바로 익혀 슬기롭게 가눌 줄 알아야 합니다. 가시내한테 도맡길 집안일 아닌, 사내도 가시내도 함께 배우며 누릴 집안일입니다.


  사내들이 바느질 할 줄 몰라서는 말이 안 됩니다. 가시내들이 못질과 톱질 못해서야 말이 안 됩니다. 사내들이 국을 못 끓이고 나물 뜯지 못한다면 어찌 밥을 먹겠어요. 가시내들이 빨래할 줄 모르고 짐을 나를 줄 모른다면 어찌 살림을 꾸리겠어요.


  아이들은 모두 예쁩니다. 틀을 짓거나 금을 긋지 않으며 얼크러져 놀기에 모두 예쁜 아이들입니다. 어른들은 모두 멋집니다. 삶을 스스로 일구고 삶을 스스로 지으며 삶을 스스로 아끼기에 모두 멋진 어른들입니다.


  알록달록 눈부신 옷을 입어야 예쁜 아이가 아닙니다. 스스럼없고 꾸밈없이 뛰놀 적에 예쁜 아이입니다. 돈을 잘 벌거나 까만 옷에 까만 자가용 몰아야 멋진 어른이 아닙니다. 삶과 살림과 사랑을 올곧게 헤아려 하루하루 웃음과 노래로 누릴 줄 알 때에 멋진 어른입니다.


.. 삼월의 어느 이른 아침이었습니다. 쩍! 하는 소리에 루이자는 화들짝 잠을 깼습니다. 그런 소리가 날 일은 한 가지뿐이었습니다. 콩코드 강의 얼음이 깨진 것입니다. 봄이 온 거예요 ..  (28쪽)

 


  멧새 노랫가락 들으며 철을 느낍니다. 들새 노랫사위 들으며 달을 느낍니다. 풀벌레 노래하는 결은 철마다 달마다 다릅니다. 귀를 기울이면 날과 철을 비롯해 날씨를 찬찬히 읽습니다. 눈을 살며시 감고 살갗으로 바람을 느낄 때에도 날이랑 철이랑 날씨를 하나하나 읽습니다. 이윽고 눈을 떠요. 고개를 들어 먼 하늘 바라보아요. 가까운 풀밭을 바라보고, 겹겹이 이어진 멧자락을 바라보아요. 우리들이 푸르게 숨쉴 수 있는 밑바탕을 생각하고, 이웃과 동무 나란히 즐겁게 누릴 삶이 어디에 있는지 살펴요.


  무지개를 볼 수 있는 마을에서는 사람들 누구나 무지개빛 마음입니다. 별잔치를 볼 수 있는 마을에서는 사람들 누구나 별빛처럼 환한 마음입니다. 우람한 나무를 볼 수 있는 마을에서는 사람들 누구나 푸른나무처럼 푸른 마음입니다. 삶터가 삶자락 이루고 삶마음 됩니다. 4346.6.11.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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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3-06-11 11:40   좋아요 0 | URL
오우~이 책도,
감사히 담아 갑니다.~^^
앗, 절판이네요?...@.@

숲노래 2013-06-11 13:53   좋아요 0 | URL
네, 절판되어 저도 다른 헌책방에서 찾아내어 읽었어요 @.@
참 안타깝지요.... ㅠ.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