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외버스 텔레비전 책읽기 2
시외버스를 한 번 타고 나면 여러 날 시달린다. 사람들은 ‘여행 독’이 있다 하는데, 나는 ‘버스 독’에 시달린다. 시외버스 달리는 길은 숲을 짓밟아 닦은 아스팔트덩이요, 시외버스는 석유를 태워서 달리는데다가, 시외버스는 텔레비전으로 눈과 귀를 어지럽힌다. 우등버스이든 일반버스이든 똑같다. 너덧 시간 달리니 텔레비전 보며 심심해 하지 말라는 뜻 알겠지만, 텔레비전 보려는 사람만큼 텔레비전 안 보려는 사람 있기 마련이다. 그러면, 텔레비전 볼 사람만 보도록 할 노릇 아닐까. 걸상 뒷자리에 작은 화면을 붙이든지, 자리마다 이어폰을 놓아 이어폰 꽂아 소리 듣고픈 사람만 소리 듣도록 해야 옳다.
자고 싶은 사람은 자야지. 책을 읽고 싶은 사람은 책을 읽어야지. 울렁이는 속 다스리고 싶은 사람은 조용히 속을 다스려야지. 보채는 아이들 달래려는 사람은 보채는 아이들 달래야지. 모든 사람이 똑같은 화면을 쳐다보도록 하고 똑같은 소리를 듣도록 하는 일은 그야말로 고문이다.
생각해 보라. 모든 아이들한테 똑같은 교과서를 읽히고 똑같은 시험문제를 외우도록 해서 똑같은 점수를 받게끔 내모는 학교교육을 교육이라 말할 수 있는가. 다 다른 아이들은 다 다른 노래를 즐기면서 부르고 싶다. 다 다른 아이들은 다 다른 체육을 누리면서 다 다른 몸을 북돋우고 싶다. 다 다른 아이들은 다 다른 책을 읽으면서 다 다른 꿈 키울 다 다른 삶 일구고 싶다. 4346.6.10.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