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읽는 책 7] 시골 흙일꾼 삶

 


  시골에서 흙 만지는 사람은 모두 흙일꾼
  새내기도 헌내기도, 초보도 원로도 없이
  서로서로 사랑스러운 흙 만지는 삶.

 


  시골에서 지내며 둘레를 살피면, 시골마을 어르신은 ‘나이 여든’이건 ‘나이 일흔’이건 아무렇지 않게 흙일을 합니다. 흙 만진 지 쉰 해가 넘었건 예순 해가 넘었건 이녁 스스로 ‘전문가’라든지 ‘고수’라든지 ‘원로’라고 여기지 않아요. 그저 흙일꾼(농사꾼)이에요. 이와 달리, 도시에서는 모두 전문가요 고수요 원로예요. 시를 쓰거나 기자로 일하거나 법을 다루거나 정치를 하거나 컴퓨터를 만지거나 사진을 찍거나 사회운동을 하거나 무엇을 하든, 온통 ‘-가(家)’나 ‘작가(作家)’ 같은 이름 얻으려 애써요. 스스로 ‘님’이 되어요. 기자님, 판사님, 대통령님, 간호사님, 요리사님, …… 되지요. 농사꾼더러 농부님처럼 가리키는 분이 더러 있지만, 참말 농사꾼 들은, 또 아이들 보살피며 사랑하는 살림꾼(주부) 들은, ‘님’도 ‘-가’도 ‘작가’도, 또 ‘선생님’도 바라지 않아요. 농사꾼과 살림꾼한테는 이런저런 높임말이랑 꾸밈말이 어울리지 않아요. 흙을 만지고 물을 만지며 숨결 푸르게 북돋우는 자리에 서면, 누구라도 빙그레 웃으며 가장 맑은 넋 되는구나 싶어요. 4346.6.9.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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