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살이 일기 3] 손 흔들어 버스 잡기
― 네 식구 군내버스 타기

 


  한솥지기 네 사람 살아가는 도화면 동백마을 어귀로 군내버스 두 시간에 한 대쯤 지나간다. 면소재지에서 읍내로 가는 군내버스는 한 시간에 한 대씩 있다. 집에서 마을 어귀로는 1분쯤 걸어가면 되니, 두 시간에 한 대 지나가는 버스를 웬만해서는 안 놓치지만, 너무 늑장부리면 놓친다.


  마을 어귀로 지나가는 군내버스를 놓치면, 면소재지에서 읍내로 한 시간에 한 대 지나가는 군내버스를 타려고 이웃 봉서마을까지 걸어간다. 1킬로미터 남짓 되는 길일까. 두 아이를 걸려 바지런히 이 길 걸어가면 십육∼십칠 분 즈음 걸린다. 그런데, 때로는 이렇게 걸어오다가 저 앞에 지나가는 군내버스 하염없이 바라보기도 한다. 놓친 셈이다. 그나마 이곳에서 놓치면 한 시간 즈음만 기다리면 된다.


  어제 우리 네 사람은 마을 어귀 버스를 놓친 다음 봉서마을로 걸어가기로 한다. 그런데 봉서마을을 백 미터쯤 남겼을까. 면소재지에서 나오는 군내버스를 본다. 저 버스를 놓쳐야 해, 잡아야 해? 잡자. 오늘은 잡자. 작은아이를 안는다. 큰아이는 옆지기가 재촉한다. 나는 작은아이를 안고 달리면서 오른손을 크게 흔든다. 군내버스 일꾼이 우리를 보았을까? 부디 보았기를 바라며 달린다. 한낮 여름볕 내리쬐는 시골길에 우리 네 사람 땀 뻘뻘 흘리고 달리면서 손을 흔든다. 우리 네 사람 봉서마을 이십 미터쯤 남기고 군내버스가 슬슬 멈춘다. 보았구나.

 

  큰아이를 먼저 태운다. 작은아이 안은 내가 마지막으로 오른다. 아이들 자리에 앉히고 주머니에서 찻삯을 꺼낸다. 고맙습니다 하고 인사를 한다. 군내버스에 탄 할매 한 분 “멀리서 달려오느라 욕 보셨오.” 하고 말씀한다. 버스에 탄 할매와 할배도 우리를 보았는가 보다. 어쩌면, 할매 할배가 우리를 알아보고는 버스 일꾼한테 “기사 양반 저그 아 안고 달려오는 사람 있는디, 좀 세워 주소.” 하고 말씀해 주셨는지 모른다. 버스 일꾼은 “저 사람들 또 손 흔들며 달려오네. 시간 좀 잘 맞춰서 일찍 나오지.” 하고 한 마디 하셨을는지 모른다. 아무튼 좋다. 시골에서는 두 다리로 걸어갈 때에 가장 즐겁고, 이렇게 군내버스 잡아서 탈 적에 참 좋다. 우리 마을과 이웃 여러 마을 두루 돌면서 아름다운 풀빛 느끼는 마실길이 즐겁다. 군내버스에서는 아이들 노랫소리가 싱그럽다. 아이들이 조금 큰 목소리로 노래를 불러도 괜찮다.


  군내버스 손님인 할매와 할배는 이제 서로 낯이 익숙하다. 군내버스 일꾼들도 모두 우리 네 사람을 알 테지. 읍내로 마실을 가며 아이들은 버스에서 떠들고, 마실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아이들은 버스에서 새근새근 잠든다. 4346.6.4.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시골마을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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