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연실 책읽기

 


  담배를 태우지 않는 나는 담배를 태우는 사람이 곁에 있으면 숨이 살짝 막힌다. 그런데 곰곰이 지난날 떠올리니, 내가 싫어하는 냄새는 정부에서 만든 화학성분 깃든 까치담배 냄새이지, 담뱃잎 말려서 태우는 냄새는 아니다. 충청남도 당진에 있는 외가에 어릴 적 나들이를 가면 으레 담배밭 드넓게 펼쳐진 모습을 보았고, 담배잎 베어 담뱃집에 차곡차곡 쌓는 모습을 나란히 보곤 했다. 이때 잎담배 알맞게 썰고 말아서 태우는 마을 할매나 할배를 으레 보았으리라. 그런데, 시골 할매와 할배가 피웠을 ‘담배밭 담배잎 말려서 태우는 냄새’가 싫다고 느낀 적은 없다.


  부산에 볼일 있어 마실을 하고 고흥으로 돌아오려고, 부산 사상 버스역에서 표를 끊고 시외버스 짐칸에 가방을 넣고는 자리에 앉는다. 창밖을 바라보며 버스 움직이기를 기다린다. 문득 ‘흡연실’ 조그마한 건물 본다. 부산 사상 버스역은 저 ‘흡연실’ 조그마한 건물에서만 담배를 태울 수 있고, 저 작은 건물 바깥에서는 담배를 못 피우게 한단다.


  담배 태우는 사람은 괴롭겠네 싶다. 그리고, 한 가지를 새삼스레 생각한다. 버스 일꾼도 버스역에서 함부로 담배를 안 태우니 코와 살갗과 눈을 찌르는 냄새가 많이 옅다. 퍽 괜찮다. 그러나, 이 둘레로 자동차 어마어마하다. 시외버스도 많이 드나든다. 찻길을 달리는 엄청난 자동차와 버스역을 드나드는 엄청난 버스에서 내뿜는 배기가스로 머리가 어질어질하다.


  배기가스 줄이는 길을 헤아리는 과학자나 공무원이나 지식인이나 기자는 없을까. 사람이 사람답게 숨을 쉬며 살아가도록 ‘담배 못 피우게 하는 곳’을 넘어 ‘자동차 배기가스 못 들어오게 할 곳’을 마련해야 하지 않을까.


  아파트 같은 데에는 주차장이 없어야 한다고 느낀다. 시청이나 군청이나 커다란 건물 둘레에도 주차장이 없어야 한다고 느낀다. 차를 대는 곳은 좀 멀찍이 떨어진 데여야지 싶다. 자동차는 아파트 밑바닥도 건물 둘레도 아닌, 다른 곳에 100미터쯤 떨어진 자리에 세우도록 하고는, 모두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아파트나 건물로 드나들도록 해야 하리라 느낀다.


  자동차는 배기가스로도 코와 눈과 살갗을 찌르지만, 시끄러운 소리로도 귀와 머리와 살갗을 찢기까지 한다. 자동차는 배기가스와 소리로 사람을 못살게 굴 뿐 아니라, 커다란 덩치 때문에 아이들 놀이터를 빼앗고 어른들 쉼터를 몰아낸다. 앞으로는 ‘흡연실’처럼 ‘운전실’이라 해서, ‘자동차를 타고 움직일 수 있는 작은 터’를 마련해야 하리라 느낀다. 자동차를 몰고 싶은 사람들은 저희끼리 ‘자동차 배기가스’ 마시고, ‘자동차 시끄러운 소리’를 들으면서 ‘운전실에서 자동차를 몰며 놀아야’지 싶다. 4346.6.2.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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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3-06-02 10:02   좋아요 0 | URL
그런데 위의 사진은
무엇인가 독특한 듯 싶습니다.
마치 그림,같은 그런 느낌도 나고요. ^^

숲노래 2013-06-02 14:07   좋아요 0 | URL
네.. 풍경이 참 재미있어요.
조그마한 흡연실... 그리고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