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소득세 책읽기

 


  서른아홉 해 살아오며 종합소득세 신고를 처음으로 한다. 신문배달 할 적에는 종합소득세 신고랄 것이 없었고, 출판사에서 일할 적에는 출판사 경리 누나가 해 주었다. 2003년 8월로 출판사 일꾼을 그만두고 작가로 살아오면서 이제껏 종합소득세 신고를 안 했다. 작가로 살아온 열 해 동안 받은 글삯이란 소득세로 신고할 부스러기조차 되지 않았다. 이러다가, 작가살이(전업작가) 열 해째인 2012년부터 글삯으로 980만 원 즈음 벌었고, 이제 비로소 종합소득세 신고를 해 본다. 서울 회기동에 있는 헌책방에서 이렁저렁 스치듯 만난 작가 장정일 님은 종합소득세를 신고하며 무척 즐겁다고 이야기했다. 이녁이 글을 써서 번 돈을 하나하나 살피며 세무서를 찾아가는 날은 무척 보람차다고 했다. 장정일 님은 뿌듯한 마음으로 종합소득세 신고를 마치고는 헌책방 나들이를 하면서 이녁 마음을 한결 따사롭게 보살핀다고 했다.


  옆지기와 두 아이하고 살아가는 내가 버는 글삯이란 네 식구 최저생계비는커녕 두 사람 또는 한 사람 최저생계비에도 아직 못 미친다. 그래서 우리 식구한테는 올해에 근로장려금이 나온다. 근로장려금 받으려면 종합소득세 신고를 꼭 해야 한대서 하는데, 내 이름으로 나온 책이 팔려 받는 글삯은 모두 소득세 신고가 이루어진다. 왜냐하면, 출판사에서 글삯을 나한테 보낼 적에 출판사 매출 신고를 하니까. 생각해 보면, 작가 한 사람으로서 종합소득세 신고를 할 일이 없다. 내 글삯벌이는 모두 세무서에 등록되니까.


  종합소득세 신고를 안 하면 근로장려금 안 준다는 으름장이 깨알같은 글씨로 구석퉁이에 숨은 서류를 받고는 머리가 깨질듯이 아팠다. 마침 5월 30일과 31일에는 부산 나들이를 하느라 집에 있지 못했다. 부산에 있는 여관에서 인터넷 되는 곳을 찾아들어 인터넷신고를 하려고 한참 용을 쓰는데, 공인인증서 없이는 신고를 못하고, 스마트폰이 아니라면 신고를 할 수도 없더라. 부산서 떠난 시외버스가 고흥 읍내에 닿고서 택시를 불러 부랴부랴 시골집에 닿고는 헐레벌떡 컴퓨터 켜고 서둘러 종합소득세 신고를 하니 21시 16분. 22시가 마감이었다.


  막상 신고를 끝내니, 아무것도 아닌 일이었다. 그닥 어려운 일 아니더라. 그런데, 세무서 알림종이를 보면 뭐가 무엇인지 쉬 알아채기 어렵고, 어떻게 해야 좋을는지 알기 까다롭도록 해 놓았다. 세무사를 곁에 두지 않으면 마치 신고를 못하게끔 어지럽게 알림종이를 꾸몄다고 할까.


  친절과 ‘안 친절’을 떠나, ‘작가와 독자’라는 눈높이에서 세무서 일꾼이 생각을 바꿀 수 있기를 바란다. 독자가 알아듣지 못할 얼거리와 말투로 글을 쓰면 작가로서 기쁠 수 있겠는지, 공무원들 스스로 생각을 가다듬기를 바란다. 시인들은 으레 ‘시적 허용’을 외곤 하는데, 공무원들은 ‘법적 허용’을 외면서, 여느 사람들 머리를 어지럽히거나 삶을 뒤흔들지는 않는가 돌아보기를 바란다. 4346.6.1.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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