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에서 낸 자료에는 '민주화운동'이라 나오고, 그림책 추천한 다른 작가는 '민주항쟁'이라 말한다. 달력을 본다. 시골 농협과 병원이나 이곳저곳에서 만든 달력에 '민주화운동'이라 적힌다. 그렇구나. 그렇네. 공식으로 쓰는 이름은 '민주화운동'이라는 소리로구나. 그런데 어딘가 쓸쓸하다. 1980년 5월 광주를 놓고, 공식으로든 비공식으로든 어떤 이름을 써야 올바른가 하는 대목조차 제대로 갈무리되지 않는구나. 생각해 보면, 이런 이름 저런 이름 부질없다. 그저 '5월'이라고 말할 뿐이다. 꼭 어느 한 날을 콕 잡아서 무슨무슨 기념을 해야 하지는 않다. 곰곰이 살피며 눈여겨볼 대목이라면, 군인은 나라를 지키지 않고 권력자를 지킨다는 대목이다. 군인은 적군을 죽이지 않고 '백성'을 죽인다는 대목이다. 권력자는 백성을 군인으로 키워 살인기계로 부리고, 살인기계 된 군인은 저 스스로 백성인 줄 깨닫지 않으면서 제 부모이자 이웃이자 동무이자 동생인 다른 백성을 함부로 죽이는 짓을 저지르며 평생 가슴에 못이 박힌다. 군대가 있기에 권력이 있고, 권력이 있기에 권력을 휘두르며, 권력을 휘두르기에 차별과 반민주와 부정부패와 분단과 전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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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진선 글.그림 / 보림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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