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빚기
― 두 가지 사진

 


  내가 처음 사진을 익히던 때에는 필름사진만 있었다. 그때에는 중형필름 쓰느냐 대형필름 쓰느냐 35미리필름 쓰느냐 하는 대목으로 나누었다. 이제 사람들은 거의 모두 필름사진을 쓰니까, 디지털사진으로 하느냐 필름사진으로 하느냐와 같이 나눌 만한데, 디지털사진에서도 렌즈를 바꾸는 디지털인가하고 렌즈를 안 바꾸는 디지털로 나누리라. 또 손전화나 스마트폰이나 태블릿피시로 찍는 디지털로 나눌 만하겠지.


  나는 사진을 처음 익히면서 사진기 한 대로 무지개필름과 까망하양필름을 갈아끼우면서 썼다. 한 번은 무지개빛 필름으로, 다음에는 까망하양빛 필름으로. 이렇게 쓰면서 다른 느낌 얻는 두 가지 사진을 빚었다. 세 해쯤 이렇게 사진을 찍다가, 푼푼이 그러모은 돈으로 두 번째 사진기를 장만했고, 두 번째 사진기 장만하고부터는 한 가지 사진기에는 무지개필름만 넣고, 다른 한 가지 사진기에는 까망하양필름만 넣었다. 두 사진기로 두 가지 필름을 골고루 섞어서 쓴 뒤, 내 눈과 느낌과 마음하고 잘 맞는다 싶게 필름을 넣었다.


  1998년부터 2007년까지 줄곧 필름사진만 찍다가 2007년 여름부터 디지털사진을 함께 찍었다. 2013년 5월에 접어든 뒤로는 필름사진을 더 못 찍는다. 필름값을 대기 많이 벅차, 이제 필름사진기는 내려놓기로 한다. 그런데 필름사진기 내려놓으면서 매우 서운하다. 무지개빛 사진을 찍을 때에는 필름보다 디지털파일이 낫다고 여겨 2009년부터는 필름으로는 무지개빛 사진을 아예 안 찍었다. 그런데 까망하양빛 사진조차 필름으로 안 찍기로 하니, 저절로 까망하양빛 사진을 찍을 일이 사라진다. 그렇다고 똑같은 디지털사진기를 그때그때 설정 바꾸며, 이때에는 무지개빛 저때에는 까망하양빛으로 바꾸지 못한다. 이렇게 바꾸자면 내 눈앞에 나타난 모습은 휙 하고 사라진다.


  아이들한테 선물로 준 작은 디지털사진기를 다시 만져 본다. ㅍ회사에서 나온 이 작은 사진기는 1미터 높이에서 떨어져도 안 깨지고, 물속 1미티 즈음도 견딘다 한다. 우리 집 작은아이가 가끔 물건 던지듯 사진기 던진 적 있으나, ㅍ회사에서 나온 이 작은 사진기는 멀쩡하다. 비오는 날에도 즐겁게 찍었다. 이 사진기로 설정을 바꾸어 까망하양빛 사진 몇 장 찍어 본다. 감도를 사진기 스스로 바꿀 때에는 입자가 많이 거칠다. 작은 디지털사진기 감도 125로 사진 찍을 때에는 꽤 괜찮다 싶은 입자가 된다. 해상도와 감도가 이보다 나은 디지털사진기를 나중에 따로 한 대 장만할 때까지는 이 작은 녀석을 써 볼까 싶다. 무지개빛 사진을 까망하양빛으로 바꿀 때하고, 처음부터 까망하양빛 사진으로 찍을 때에는 사뭇 다르다. 빛느낌과 빛결과 빛무늬 모두 다르다. 예쁜 빛줄기 드리워 사진마다 새록새록 담기기를 마음속으로 빌어 본다. 4346.5.25.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사진책 읽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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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3-05-25 08: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샤름벼리와 산들보라는
이렇듯 어릴 때부터 행복한 사진찍기,를 시작 하는군요. ^^

숲노래 2013-05-25 09:14   좋아요 0 | URL
어머니 뱃속부터 이렇게 살았으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