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래를 마당에 널면서
빨래를 마당에 널면서 즐겁다. 후박나무가 쏴아 하고 푸르게 물드는 바람 베풀고, 갓꽃이랑 유채꽃이 한들한들 흔들리면서 꿀벌 부르고 노란 꽃내음 나누어 주니, 빨래를 마당에 널면서 즐겁다.
하늘은 파랗게 눈부시다. 들판은 모내기 맞이하기 앞서 바쁜 할매 할배 손길을 타며 싱그럽다. 파랗게 눈부신 하늘을 멧새가 날아다니고, 제비가 춤을 춘다. 논자락에 물이 차면서 개구리 노랫소리 울려퍼지고, 아이들은 따순 볕 누리면서 뛰어논다.
좋은 하루 새롭게 맞이하면서, 좋은 마음 되어 빨래를 한다. 빨래를 다 마치고 아이와 함께 마당에 옷가지를 넌다. 나 혼자 빨래를 널어도 좋고, 아이가 곁에서 거들어도 좋다. 햇살과 바람이 촉촉한 옷가지를 보송보송 말린다. 빨래를 다 널고 기지개를 켜면 시원한 바람 한 점 머리카락을 쓰다듬고 지나간다. 4346.5.20.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