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거지 하고 싶어
설거지를 하는 아버지 곁에 걸상을 받치고 선 여섯 살 사름벼리가 문득 “나도 설거지 하고 싶어.” 하고 말한다. “그래? 그런데 네가 설거지를 하려면 아직 멀었는데. 음. 하고 싶어?” “응.” “그러면, 잘 봐.” 아이 왼손으로 설거지감 하나를 쥐도록 하고 아이 오른손으로 수세미를 쥐도록 한다. 그러고 내 왼손으로 아이 왼손을 잡고, 내 오른손으로 아이 오른손을 잡는다. 설거지를 어떻게 하면 되는가를 두 번 보여준다. 그러고 나서 아이한테 맡긴다. 아이는 아버지한테 손이 잡히며 설거지를 한 느낌을 살려 따라한다. 기름기 있는 밥은 거의 먹지 않으니, 설거지를 하며 비누를 묻히는 일 거의 없다. 물이 흐르게 해서 슥슥 문지르고 헹구면 끝이다. 앞으로 큰아이한테 설거지를 더러 맡길 만하겠다고 느낀다. 좋다. 여섯 살 사름벼리 첫 설거지 누린 날이로구나. 4346.5.20.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