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장미꽃

 


  우리 집 장미꽃 핀 지 며칠 된다. 장미나무는 퍽 조그맣지만, 이 장미나무 곁에 서면 장미내음 물씬 풍긴다. 아직 많이 어린 우리 아이들은 장미나무하고 키가 엇비슷하니, 아이들은 그저 선 채로 장미내음 한껏 들이켤 만하다.


  장미꽃송이 바라보며 생각한다. 어릴 적에 장미나무 있는 집을 떠올린 적 있던가. 장미내음 향긋하며 아름답다고 느낀 적 있던가. 장미는 서양나무로 여겨 안 좋아하지 않았던가.


  그러고 보면, 나는 꽃나무를 썩 안 좋아했다고 떠오른다. 나무를 심자면 열매나무 심을 노릇이라고 생각했다. 나이를 한 살 두 살 먹고 스무 살 서른 살 먹으며 아이들과 하루 이틀 지내는 동안 생각을 새롭게 가다듬는다. 열매나무를 심어도 꽃이 피고, 꽃나무를 심어도 꽃이 핀다. 열매나무는 사람들 먹을 만큼 제법 커다란 알맹이 낳는다면, 꽃나무는 멧새가 즐겁게 먹을 만한 나무열매 맺는다. 멧새는 나무열매뿐 아니라 꽃봉오리도 먹고, 꽃가루도 먹는다.


  숲에서 함께 살아가는 이웃 목숨을 돌아본다. 나무를 어떻게 돌보거나 아낄 때에 즐거을까. 오월 해님 기울어 차츰 저무는 저녁나절, 마을 참새 예닐곱 마리 우리 집 마당에 내려앉아서 논다. 너희들 무얼 찾으러 우리 집에 왔니. 초피꽃 먹으러 왔니. 초피꽃 지면서 맺는 아직 푸른 열매 먹으러 왔니. 후박나무 새 잎사귀 먹으러 왔니.


  나무가 있어 사람이 있고, 나무가 자라 새들이 있다. 나무 둘레로 풀이 우거지고, 나무와 함께 바람이 상큼하다. 4346.5.15.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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