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시렁
헌책방 책시렁 한쪽에 꽃병 있고, 꽃병에는 노란 꽃송이 빛난다. 아주 조그마한 틈을 내어 꽃병을 놓으니, 책시렁은 어느새 꽃시렁 된다.
들풀 한 포기 뿌리를 내려 들꽃 한 송이 피워 올리는 자리는 아주 조그맣다. 한 평이나 반 평이나 0.1평조차 아닌, 손바닥만 한 땅뙈기나 손가락 하나만 한 땅조각마저 아닌, 아이들 새끼손톱보다 훨씬 작은 틈이 있으면 들풀이 자라서 들꽃을 피운다.
책시렁 한쪽 꽃병 놓으며 노랗게 꽃빛 드리우는 자리는 아주 조그맣다. 아주 조그마한 자리 하나에서 꽃빛이 맑고, 꽃빛이 책마다 스며들어, 헌책방 나들이 누리는 사람들한테 새 빛살 베푼다. 4346.5.8.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