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수증 쓰는 손길
영수증을 갖춘 헌책방이 있고, 영수증을 안 갖춘 헌책방이 있다. 영수증을 갖춘 헌책방에서는 영수증에 고무도장을 찍고는 손으로 글씨를 써서 내어준다. 영수중을 안 갖춘 헌책방에서는 흰종이에 손으로 정갈하게 글씨를 써서 내어준다.
영수증을 받으면서 고맙고 즐겁다. 영수증 한 장에 깃든 헌책방 일꾼 손길을 느끼면서 반갑고 새롭다. 영수증 한 장이지만, 나로서는 사랑편지 받는듯 가슴이 뭉클뭉클 뛴다.
영수증을 받으며 가만히 생각한다. 헌책방 일꾼은 나한테 영수증을 주고, 나는 흰종이에 싯노래 한 자락 적바림해서 내밀면 좋겠네. 그래, 요즈음 들어 자꾸자꾸 싯노래 읊을 수 있는 까닭은, 헌책방마실을 할 적마다 헌책방 일꾼 손품 깃든 영수증을 받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내가 찾아가는 헌책방에 어떤 책빛 서리는가를 헤아리며 싯노래 한 자락 적는다. 흰종이에 차근차근 싯노래 적으며 꿈꾼다. 이 싯노래로 내 마음 따사롭게 보금고, 내 싯노래 받을 헌책방 일꾼한테 맑은 숨결 스며들 수 있기를. 4346.5.7.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