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쓰기
― 사진기 좋네요

 


  나는 늘 사진기를 목에 걸고 돌아다닌다. 집에서는 집일을 하느라 손에 닿는 가까운 자리에 놓지만, 밖에서 돌아다닐 적에는 언제나 사진기가 목걸이 된다. 한손으로는 큰아이 손을 잡고 다른 한손으로는 작은아이 손을 잡아야 하니, 내 사진기는 늘 목걸이가 된다.


  가게에 들러 물건을 사는데, 가게 일꾼이 내 사진기를 보더니 “사진기 좋네요.” 하고 인사한다. “뭘요. 값싼 녀석인데요.” “아니에요. 좋은 사진기네요.” “오래 써서 많이 낡은 사진기예요.” 가게 일꾼은 필름사진기인 니콘 FM 2번을 쓴다고 한다. 나도 그 사진기를 무척 오래 쓰다가 잃어버려서 이제 더는 그 사진기를 못 쓴다. 게다가 필름값을 더 버티지 못하고 지난주부터는 필름사진을 아예 못 찍는다.


  가게에서 나온다. 내 사진기는 어떤 사진기인가. 나는 내 사진기를 값싼 녀석, 또는 싸구려로 여기는가. 그래서 이렇게 말을 하는가. 값으로 치면, 또 여러 성능과 기능을 따지면, 훨씬 비싸며 대단한 장비가 많다. 내 장비는 급수로 치면 무척 낮다 할 만하다. 나는 급수로 치거나 값으로 따지거나 무척 낮다 할 장비를 쓴다. 그러나, 나는 내 장비를 알뜰살뜰 쓴다. 내 장비로 내가 찍고픈 모든 모습을 찬찬히 담는다. 그러면, 그 가게 일꾼이 이야기하듯, 내 사진기는 “참 좋은” 사진기 아니겠는가.


  좋은 사진기이지. 나는 좋은 사진기를 쓰는 사람이지. 그래, 누구나 어떤 사진기를 쓰든, 저마다 이녁한테 가장 좋은 사진기를 쓴다 할 테지. 더 비싼 장비를 장만해야 좋은 사진기가 되지는 않잖은가. 더 놀랍거나 새로 나온 장비를 쓸 수 있어야, ‘나 스스로 생각하기에 내 마음에 가장 드는 사진’을 얻지는 않잖은가.


  부끄럽구나. 누군가 내 사진기를 바라보며 “사진기 좋네요.” 하고 인사를 하면, 나는 “아, 사진기 잘 알아보시는군요. 값은 되게 싸고, 화소수도 되게 낮지만, 저한테는 이처럼 좋은 사진기가 없답니다. 요 값싼 장비로 제가 찍고픈 온갖 모습 언제나 즐겁고 신나게 찍을 수 있답니다. 저한테 이 사진기는 가장 좋은 사진기요, 제 몸뚱이 가운데 하나이고, 제 온 사랑 담아서 쓰는 귀염둥이랍니다.” 하고 내 속마음 들려주어야겠다고 생각한다. 4346.5.7.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사진책 읽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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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3-05-07 1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기 좋네요." 인사하신 분의 마음이,
제 마음에까지 들어오는 듯 합니다..^^

숲노래 2013-05-07 11:33   좋아요 0 | URL
appletreeje 님 댓글 좋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