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를 나무로 세우는 도시

 


  인천에서 나고 자라는 동안 늘 고개를 갸우뚱하며 바라본 모습이 있다. ‘나무를 나무로 세우는’ 모습이다. 왜 나무를 나무막대기로 세워 놓는지 몹시 알쏭달쏭했다. 이렇게 나무를 세워서 버티어 놓으면, 버팀나무 되는 나무는 무엇인가 하고 궁금했다. 나무 한 그루 심자면서 다른 나무 몇 그루 베어 나무막대기 마련하는 일이란, 사람들 스스로 얼마나 어리석은 짓인가 하고 생각했다.


  네 식구 살아가는 고흥에서조차 이런 모습을 본다. 길가에 보기 좋으라고 후박나무를 산에서 캐다가 옮겨심는데, 억지로 옮겨심느라 나무막대기를 대어 버티어 놓는다. 그런데 제대로 옮겨심지도 않아 말라죽는 후박나무 많고, 나중에 무슨 공사를 한다면서 후박나무 둘레를 파헤치다가 시멘트로 덮어 버리기까지 한다.


  아이들 외할아버지가 모는 짐차를 타고 일산 시내를 지나다가, 어릴 적 본 ‘나무를 나무로 세우는 모습’을 다시 만난다. 그래, 제법 자란 나무를 돈으로 사들여서 일꾼을 부려 심고는 휑뎅그렁하고 썰렁하며 메마른 도시를 가리거나 감추려고, 이렇게 할밖에 없구나. 어린나무를 심거나 나무씨앗 심으면 되는데, 빨리빨리 꽃 보도록 하고, 보기 그럴듯하도록 꾸미려고, 이렇게 할밖에 없구나.


  나무가 얼마나 애처로운 줄 알까. 나무가 얼마나 고단한 줄 알까. 저 버팀나무는 나중에 어찌 될까. 쓰레기처럼 버려질까. 돈으로 사다가 옮겨심은 나무만 나무가 아니라, 이 나무들 버티어 주는 버팀나무도 나무인 줄, 사람들은 얼마나 생각할까. 4346.5.7.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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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3-05-07 10:55   좋아요 0 | URL
참 기가 막힌 일이지요...
'나무를 나무로 세우는 모습'들...

숲노래 2013-05-07 11:32   좋아요 0 | URL
몇 해 더 걸리더라도 아이들이 작은 나무 심도록 해서, 아이들이 맡아서 돌보도록 하면 얼마나 좋으랴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