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에 아파트

 


  어린이날 맞이해서 고흥에서 일산까지 찾아온다. 내가 혼자 두 아이 데리고 나서는 마실길이다. 옆지기는 해야 할 공부 있어 먼저 일산으로 갔다. 순천 기차역으로 가서 기차를 타지 않고, 고흥읍에서 시외버스 타고 막바로 서울까지 간다. 먼저 일산으로 간 옆지기 하는 말이, 고흥에서 순천 기차역 가는 동안 길이 너무 구불구불 거칠게 달려서 힘들다 했는데, 그래서 몸이 힘들더라도 읍내에서 서울 가는 시외버스 탄다 했는데, 나도 그 길이 참 내키지 않다. 기차를 탈 때에 버스를 탈 때보다 훨씬 낫지만, 아이들과 시외버스에서 네 시간 반 견디어 보기로 한다.


  네 시간 반 동안 잘 달린 아이들하고 전철을 탄다. 전철에서 용케 자리를 얻는다. 대화역까지 가는 전철 아닌 구파발까지 가는 전철이기 때문일까. 어린이날 맞이해 웬만한 사람들 자가용으로 움직이기 때문인가.


  아이들 몸을 달래 주려고 연신내역에서 내려 한 시간 즈음 쉬고는, 택시를 불러 일산으로 넘어간다. 서울 시내 벗어난 택시가 고양시에 접어들 무렵, 예전에는 논밭 또는 숲이나 멧자락이었을 데를 어마어마하게 파헤치고는 ‘보금자리 주택’이라는 이름 붙는 아파트를 한창 짓는 모습 본다.


  나라에서 짓는 아파트인 ‘보금자리 주택’은 참말 보금자리가 될까. 보금자리라는 이름 붙는 아파트는 앞으로 몇 해쯤 저 자리에 버틸 수 있을까. 쉰 해쯤 안 허물고 버틸 수 있는가.


  온통 아파트 무더기인 일산에 새로운 아파트 무더기 서는구나. 이런 도시에서는 어쩔 수 없는 노릇인지 모르겠는데, 아파트를 지어야 해서, 아파트 곁에 새 아파트 자꾸자꾸 세우더라도, 사람들 숨통 트게 숲을 손바닥만큼이라도 남길 수 있기를 빈다. 크고작은 숲 모두 밀어 없애며 아파트만 지어대면 사람들 어찌 사나. 숲 한 뙈기 없는 마을이 어떤 보금자리 될 수 있나. 4346.5.6.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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