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냄새 (도서관일기 2013.5.4.)
 ― 전라남도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서재도서관 함께살기’

 


  전남 순천에 있는 〈일광서점〉이 곧 문을 닫는다고 한다. 우리 식구 고흥으로 와서 살아온 지 이제 세 해째라, 고흥 곁 순천에 어떤 책방 있었고, 어떤 발자국 있었는가 아직 잘 모른다. 우리 도서관에 들일 책꽂이 때문에 알아보다가, ‘문을 닫는 도매상에서 쓰던 책꽂이’를 나누어 받을 수 있다고 해서 찾아갔더니, 순천 〈일광서점〉 책꽂이였다.


  도매를 하는 〈일광서점〉이 먼저 문을 닫고, 소매를 하는 〈일광서점〉은 5월 10일에 문을 닫는다고 한다. 도매를 하던 자리에서 뜯어낸 책꽂이를 본다. 서른 해는 훨씬 더 묵었다고 하는 책꽂이인데, 나무가 참 좋다. 서른 해 훨씬 지나도록 나무결 하나 흐트러지지 않는다. 뜯어내면서 여기저기 생채기가 생기거나 갈라진 데가 생기지만, 어쩔 수 없는 노릇이요, 이런 틈은 나무를 덧대면 말끔히 사라진다. 무엇보다, 책꽂이 만지면서 결이 참 좋다. 나무로 짠 제대로 된 책꽂이는 이런 내음 이런 결 이런 느낌이로구나. 나무 아닌 합판으로 댄 책꽂이일 때, 또 나무 아닌 이것저것으로 압축한 책꽂이일 때, 이러면서 페인트를 입히고 무얼 바르고 한 책꽂이일 때, 그러니까 요새는 나무 책꽂이 보기 참 힘든데, 아무것 안 바른 나무결 고스란히 있는 책꽂이를 쓰다듬으며 느낌이 아주 좋다.


  순천에 사람이 적어 책방이 문을 닫는다고는 느끼지 않는다. 사람 숫자는 예나 이제나 엇비슷할 테니까. 문을 닫은 〈일광서점〉 가까이에는 순천대학교 있고, 순천에는 이밖에 다른 대학교도 있으며, 초·중·고등학교 제법 많다. 순천사람 스스로 책을 읽지 않을 뿐더러, 마음과 삶 밝히는 책하고 사귀지 못했기에 책방이 하나둘 문을 닫고 사라진다.


  우리 도서관에 들이는 책꽂이는 오래오래 잘 있기를 빈다. 순천에 있던 옛 새책방 한 곳 발자국 곱게 건사하면서, 나무냄새 두고두고 나누어 줄 수 있기를 빈다. 나무로 만든 종이로 묶은 책을 꽂는, 나무로 짠 책꽂이가, 나무로 둘러싸인 시골 도서관에서 푸르게 빛나기를 빈다. (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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