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내버스 놓치기

 


  가끔 군내버스를 놓친다. 이래저래 짐을 꾸리다가 늦고, 깜빡 때를 살피지 않아 늦는다. 군내버스를 놓치면 택시를 불러야 하는데, 요즈음은 큰길로 나가 다음 버스를 기다린다. 우리 마을까지 지나가는 군내버스는 두 시간에 한 대이지만, 면소재지를 거쳐 큰길로 지나가는 군내버스는 한 시간에 한 대씩 있다.

  큰길 있는 이웃마을까지 2킬로미터 걷는 길은 멀지 않다. 생각해 보면, 도시에서도 버스를 타려고 이만 한 길 걷곤 한다. 아니, 도시에는 이만 한 길 걸어가서 버스를 타는 사람은 없을까.


  어릴 적부터 30∼40분은 으레 걸었고, 한두 시간도 어렵지 않게 걸었다. 누구나 이렇게 걷고, 언제나 이처럼 걷는다. 버스를 타면 다리를 쉴 수 있겠지. 버스를 타는 동안 짐 무거운 줄 잊겠지. 그러나, 다리가 힘들거나 짐이 무겁다 하더라도, 길을 걸어가면서 수많은 삶자락을 만나고 온갖 모습을 마주한다.


  자동차 거의 오갈 일 드문 시골길 걸어가며 풀바람과 꽃바람을 쐰다. 내가 가는 길과는 다른 쪽으로 달리는 군내버스를 바라본다. 봄날 봄빛 흐드러진 들길을 달리는 군내버스를 바라보다가 사진 한 장 찍는다. 좋네. 이렇게 걸어가다가 예쁜 모습 사진 한 장으로 남길 수 있네. 버스때 잘 맞추어 탔다면, 또는 자가용으로 움직인다면, 이 어여쁜 모습을 두 눈으로도 못 보고 사진으로도 못 찍으리라.


  잡아타면 잡아타는 대로 간다. 놓치면 놓치는 대로 간다. 오늘은 오늘 하루 즐거운 삶이고, 어제와 모레는 어제와 모레대로 나한테 찾아오는 아름다운 삶이다. 4346.4.30.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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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3-04-30 15:24   좋아요 0 | URL
잡아타면 잡아타는대로 간다. 놓치면 놓치는 대로 간다.
오늘은 오늘 하루 즐거운 삶이고, 어제와 모레는 어제와 모레대로 나한테 찾아오는 아름다운 삶이다.-
저도 이러한 마음으로, 즐겁고 아름다운 삶을 살아가야겠어요. ^^
함께살기님! 오늘도 좋은 날 되세요.~

숲노래 2013-05-01 06:05   좋아요 0 | URL
언제나 느긋하면서 아름다운 마음 되소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