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내버스 책읽기 3
군내버스는 시골마을 할매와 할배와 푸름이와 어린이 들이 탄다. 시골에서 살더라도 자가용 있는 사람은 군내버스를 안 탈 뿐더러, 군내버스 지나다니는 때를 모른다. 도시를 떠나 시골에서 살겠다고 삶터 바꾼 이들 가운데, 자가용 없이 군내버스로 이곳저곳 오가는 사람은 매우 드물다.
시골에 살면서 곰곰이 생각한다. 시골살이 첫째는 두 다리로 걷기이다. 시골살이 둘째는 자전거 타기이다. 시골살이 셋째는 군내버스 타기이다. 시골살이 넷째는 시골택시 타기이다. 이러고 난 뒤에 비로소 자가용 장만할 수 있겠지.
자가용 장만해서 모는 일이 나쁘다고는 느끼지 않는다. 그러나, 오늘날 사람들은 자가용한테 지나치게 기댄다. 걸어도 되고, 자전거를 타도 되는데, 게다가 군내버스와 택시가 있는데, 자가용한테 너무 기댄다.
운전대 붙잡고 아스팔트 찻길이나 다른 자가용만 바라보는 틀에서 벗어나자. 운전대 놓고 아이 손을 잡자. 아스팔트 찻길 아닌 숲을 바라보자. 다른 자가용 쳐다보지 말고 아이 눈망울과 한솥지기 볼우물 바라보자. 자가용에서 내려, 들내음을 맡자. 자가용은 고이 자라 하고서는, 들풀을 뜯자. 자가용은 가끔 한 번 타고, 여느 때에는 들길을 걷자.
군내버스를 타고 읍내로 가서는, 다른 군내버스로 갈아타서 이웃마을로 나들이를 간다. 호젓한 시골마을에서 내리며 ‘군내버스 타는곳’ 둘레 참 예쁘다고 느낀다. 떠나는 군내버스 꽁무니를 사진으로 한 장 담고, 돌아갈 군내버스 탈 곳 언저리를 사진으로 두 장 담는다. 군청에서 돈을 들여 지은 ‘군내버스 타는곳’도 나쁘지 않지만, 마을사람 울력으로 짓고 손글씨로 정갈하게 적은 ‘군내버스 타는곳’이 한결 환하게 빛난다. 앞으로 서른 해만 지나도, 또는 앞으로 열 해나 스무 해만 지나도, 이 조그마한 쉼터는 아름다운 ‘생활문화유산’ 될 테지. 4346.4.29.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