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밤에
시골은 저녁 일고여덟 시 되어도 이내 군내버스 끊어진다. 아니, 일고여덟 시 되면 읍내나 면내 가게는 하나둘 문을 닫는다. 아니, 일고여덟 시 되면 웬만한 가게는 모두 문을 닫고, 길바닥에 좌판 펼치는 아지매와 할매는 거의 모두 집으로 돌아간다.
택시를 부른다. 읍내부터 우리 마을 어귀까지 달린다. 새까만 밤하늘 바라본다. 캄캄한 밤길 숲과 들을 바라본다. 택시 창문 스르르 내린다. 낮은 지붕 작은 마을 위로 별빛 반짝반짝 환하다. 시골에는 가로등이라는 전깃불 없어도 되는걸. 별빛이 얼마나 밝고 달빛이 얼마나 환한데. 시골사람은 등불 하나 없어도 밤길 잘 걷는데. 시골마을은 굳이 불 밝힐 까닭 없이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면서 하루를 맑게 일구는데.
택시가 돌아간다. 가방을 질끈 짊어지고 논둑길 걷는다. 개구리 노랫소리 가뭇가뭇 듣는다. 이틀 밤 부산에서 지내고 사흘만에 돌아오니, 그새 개구리 많이 깨어났구나. 이제 하루가 다르게 개구리들 더 깨어나고 더 밤노래 들려주리라. 머잖아 밤이고 낮이고 아침이고 개구리 모둠노래로 온 마을과 들과 숲 빛나리라.
땅에서는 개구리 노래한다. 나무에서는 멧새 노래한다. 우리 집에서는 아이들 마룻바닥 콩콩 뛰며 노래한다. 얘들아, 너희 아버지 별밤에 시골집으로 돌아왔다. 4346.4.25.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