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만에
사흘만에 고흥 시골집으로 돌아온다. 옆마을인 봉서마을 지날 무렵 택시 창문을 내리고 천등산 자락을 바라본다. 멧등성이 위로 반짝이는 별빛 담는다. 택시는 천천히 달려 동백마을에 닿고, 마을 어귀에서 내려 걷는다. 사흘 앞서만 하더라도 못 듣던 개구리 밤노래 듣는다. 아직 한꺼번에 터지는 우렁창 모둠노래 아니지만, 띄엄띄엄 곳곳에서 개구리 밤노래 흐른다.
바람이 불고 개구리 구왁구왁 이야기한다. 대문을 여니 아이들 마루문 열며 아버지 반긴다. 우체통에서 편지 석 통 꺼낸다. 가방 내려놓는다. 방바닥에 까는 깔개를 돌돌 말아 마당으로 가지고 와서 텅텅 털고 비질을 한다. 아이들이 부엌에 쏟은 물을 훔친다. 아이들 손발 씻긴다. 모두들 재미나게 잘 놀며 지냈니? 이듬날 아침 뒷밭으로 가면 모과나무 바알간 꽃송이 환하게 터진 모습 보여주겠구나. 4346.4.24.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