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쓰기
― 이제 남은 필름 두 통

 


  오늘, 2013년 4월 24일까지 필름사진과 디지털사진 두 가지 함께 찍었다. 그런데 이제 나한테 남은 필름은 딱 두 통이다. 이 두 통을 마저 쓰면 더는 필름사진을 못 찍는다. 필름사진을 앞으로도 꾸준히 찍으려면 필름을 새로 사야 한다. 내가 쓰는 필름 ‘일포드 델타 400 프로페셔널’은 한 통에 8100원. 한 해 동안 쓸 필름 100통을 장만하자면 81만 원 있어야 한다.


  주머니에 81만 원 없어 필름 100통 장만하지 못하니, 남은 필름 두 통 다 찍으면 더는 필름사진 못 찍는다 할 텐데, 81만 원 이래저래 마련해서 앞으로도 필름사진을 찍어야 할는지 곰곰이 헤아려 본다. 무지개빛 사진은 디지털사진기로 찍고, 까망하양빛 사진은 필름사진기로 찍었는데, 앞으로는 까망하양빛 사진도 디지털사진기로 찍어야 할까. 필름값은 해마다 올라 어느덧 100통에 81만 원인데, 이만 한 값이라면 디지털사진기 한 대 장만할 넉넉한 돈이다. 값싼 디지털사진기라면 여러 대 장만할 수 있지. 값나가는 디지털사진기라면 한 대조차 못 살 돈이라지만, 필름 해상도를 헤아린다면, 필름 100통 값으로 퍽 좋은 디지털사진기를 장만할 수 있으리라 본다.


  그러다가 다시 생각한다. 오늘 내 주머니에 필름 100통 값 81만 원 없어 이제 필름사진 못 찍으리라 느끼는데, 필름 100통 살 만한 돈으로 디지털사진기 장만하겠다는 생각은 또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새삼스레 생각한다. 이제 사진을 까망하양으로 굳이 찍어야 할는지 새삼스레 생각한다. 디지털사진기로 사진을 찍을 때라 하더라도, 처음부터 ‘무지개빛’으로 맞추어 찍을 때랑, ‘까망하양빛’으로 맞추어 찍을 때에는, 빛값이나 빛결이나 빛무늬나 빛살이 모두 다르다. 무지개빛으로 찍은 사진을 까망하양빛으로 바꿀 때 빛느낌은, 처음부터 까망하양빛으로 찍는 사진하고 다르다. 그러니, 굳이 두 가지 빛결로 사진을 찍으려 한다면 디지털사진기를 따로 두 대 거느려야겠지.


  생각해 보자. 그동안 걸어온 사진길 더듬어 보자. 디지털사진기 없던 때에도, 언제나 사진기 두 대를 썼다. 하나는 무지개빛 필름 넣는 사진기, 다른 하나는 까망하양빛 필름 넣는 사진기. 두 가지 필름은 느낌이 다르니까. 필름으로 찍을 적에도 무지개빛 사진을 찍고서 이 사진을 까망하양빛으로 바꾸면, 처음부터 까망하양빛 필름으로 찍을 때하고 여러모로 다르다.


  동이 트는 새벽에 사진기 두 대를 앞에 두고 생각에 잠긴다. 필름 두 통 마저 쓰면 참말 필름사진기 더는 만지작거릴 수 없을는지 모른다. 새 디지털사진기 장만할 돈을 그예 못 얻을 수 있다.


  나는 어떤 사진을 찍고 싶은 마음일까. 나는 어떤 사진을 찍어 내 둘레 사람들한테 어떤 이야기 나누고픈 마음일까. 사람들은 사진 한 장 바라보면서 어떤 삶을 읽을까. 사람들은 무지개빛 사진 한 장에서 무지개빛 삶을 읽을까. 사람들은 까망하양빛 사진 한 장에서 꾸밈없거나 수수한 사랑을 읽을까. 나는 앞으로 사진 하나로 어떤 꿈과 빛을 내 고운 옆지기들과 길동무들한테 들려줄 수 있을까. 4346.4.24.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사진책 읽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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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이 2013-04-24 1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들려주세요 들려주세요- 어떤 이야기일까 궁금해요. :)

숲노래 2013-04-25 07:52   좋아요 0 | URL
에구구 네 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