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랑 앉을 자리 (도서관일기 2013.4.21.)
― 전라남도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서재도서관 함께살기’
네 식구 함께 도서관 나들이를 한다. 아이들이 아버지하고 도서관에 오면, 작은아이는 제 누나하고 이리 달리고 저리 뛰며 놀기에 바쁜데, 어머니 함께 도서관으로 오니 어머니 꽁무니만 좇으려 한다. 아버지하고 셋이서 도서관에 올 때에는 졸음이 쏟아져도 졸음을 쫓으며 누나하고 개구지게 놀더니, 오늘 따라 어머니 옷자락에 엉겨붙고 달라붙는 품새가 참 어리광투성이네. 산들보라야, 네 누나와 함께 골마루 달리고 바깥 흙땅 달리면서 놀아야지. 책 만지고 바람 쐬고 햇살 먹고 노래 부르면서 놀아야지.
여섯 살 사름벼리는 그림책 보다가 칠판그림 놀이 하다가 아버지처럼 책걸상 닦으며 해바라기 시키는 일 거들다가, 이것저것 신나게 누린다. 아이한테 이것 하라 저것 보라 이끌 수 있지만, 자리만 내주고 아이 스스로 누리도록 하면 넉넉하리라 느낀다.
한참 책걸상 먼지를 닦는데 큰아이가 아버지 부르며 손을 잡고 끌어당긴다. “아버지, ‘어제’ 저기에 딸기 있었어요. 저기 가 봐요.” “그래, ‘지난해’에 거기에 딸기 있었지. 그렇지만 아직 알이 맺히지는 않고 꽃만 하얗게 피었지.” 지난해보다 올해 딸기꽃 훨씬 흐드러진다. 따먹는 사람 있으니 딸기도 더 힘껏 꽃을 피울까. 올해보다 이듬해에 딸기꽃 더욱 흐드러지면서 딸기알 또한 훨씬 굵고 달콤하려나. 얘들아, 딸기꽃들아, 너희들 한꺼번에 터지지 말고 차근차근 터져 주렴. 한꺼번에 붉게 터지면 너희 다 못 먹잖니.
잘 닦고 여러 날 해바라기 시킨 큰 책상 하나 들인다. 나무로 짠 큰 책상에 나무로 엮은 걸상을 둘씩 놓는다. 나무바닥에 나무책꽂이에, 나무한테서 얻은 종이로 빚은 책. 온통 나무로구나. 시골마을도 곳곳이 나무요, 우리 도서관도 둘레로 나무이지. 다만, 이곳을 우리 땅으로 삼을 수 있으면 알맞춤한 나무를 울타리 삼아 차곡차곡 새로 심어야 하리라.
옆지기가 문득 말한다. 건물 안에서뿐 아니라 건물 밖에서 아이들과 책을 볼 수 있도록 땅을 고르고 비닐을 걷어내어 잔디를 심어야 한다고. 그렇구나. 이곳에 다른 사람들이 뭔가 심는다며 흙바닥에 잔뜩 깔아 놓은 비닐을 걷고는 돌을 고르고 흙을 다지면서 잔디를 입혀 맨바닥에 앉아 햇볕과 나무그늘 누리면서 책을 읽을 자리를 마련하면 아주 좋겠구나. 도서관 건물과 땅이 우리 것(소유)이 아니라 하더라도, 먼 앞날을 헤아려 바깥에서 안을 기웃거리지 못할 만큼, 또 안쪽에서 좋은 나무그늘과 꽃과 열매 누릴 수 있도록, 나무를 차근차근 심어야겠다고 느낀다. 멀리 오래 내다보며 도서관숲 일구는 길 살펴야겠다. 그동안 건사한 책들이란 하루 읽고 버리려는 책이 아니라 아이들한테 물려주고, 이 아이들은 또 저희 아이들한테 다시 물려줄 만한 책일 수 있기를 바라며 그러모은 책이듯, 우리 살림집과 도서관 두 곳 모두 오래오래 아이들이 물려받아 더 푸르고 싱그럽게 돌볼 집숲과 도서관숲 되도록 마음을 쏟아야겠다고 생각한다.
책이 정갈하고 넉넉하게 있으며 책숲이 된다. 책이 있는 자리를 둘러싸고 푸르게 빛나는 나무가 우거지면서 도서관숲 된다. 도서관을 둘러싸고 예쁜 사람들이 예쁜 보금자리 돌보며 집숲과 마을숲 가꾼다. 생각하면 할수록 더없이 아름다운 삶터 되리라. (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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