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꽃 기다리기

 


  마당이 있고, 꽃밭이 있으며, 텃밭이랑 뒷밭이 있으니, 집안에 꽃그릇 따로 없어도 눈이 환하고 즐겁다. 마루에 앉아 바깥을 바라보면 온통 푸른 물결이요, 사이사이 꽃봄이 무르익는다. 새봄에는 새봄대로 새 꽃송이 펼쳐지고, 한봄 무르익으면서 한봄에 피어나는 꽃나무 꽃망울 한껏 터질락 말락 한다.


  흙 밟는 마당이 있어, 흙에서 풀이 자란다. 풀 자라는 밭자락 있어, 밭 둘레로 열매나무 쑥쑥 크며 새잎과 새꽃 베푼다. 꽃이 피어나는 시골집에서 꽃 피어나기를 기다리며 봉오리와 꽃망울 찬찬히 지켜보는 맛 남다르다. 아이들은 제 어버이와 함께 꽃몽우리 시나브로 터지려는 모습을 바라본다. 겨우내 앙상한 가지였다가 천천히 겨울눈 맺더니, 이윽고 겨울눈 열리고 푸른 잎사귀 돋으면서, 마알간 꽃잎 벌어진다. 하루하루 아주 더디 이루어지는 꽃잔치이다.


  시골집은 풀집이면서 꽃집이다. 시골집에서 피어나는 꽃은 시골꽃이면서 집꽃이다. 시골마을은 풀마을이면서 꽃마을이다. 시골마을에서 흐드러지는 꽃은 마을꽃이면서 또 무슨 꽃일까. 우리 집 밭자락에서 자라는 모과나무에 바야흐로 발그락발그락 새 꽃송이 벌어진다. 하루쯤 있으면 활짝 터질까. 이틀쯤 있으면 한꺼번에 꽃잔치일까. 사흘쯤 있으면 우리 집에 모과꽃내음 물씬 감돌까. 4346.4.21.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appletreeje 2013-04-22 02:09   좋아요 0 | URL
아 모과꽃 몽우리가 이렇게 생겼군요.
어서 활짝 핀 모과꽃을 보고 싶네요. ^^

숲노래 2013-04-22 02:35   좋아요 0 | URL
활짝 핀 데는 사진 찍기 힘든 데만 있어요 ㅠ.ㅜ
하루나 이틀 뒤에는 사진 찍기 좋은 자리에도
활짝 피리라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