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츠코의 술

 


  만화책 《나츠코의 술》 열째 권 맨 마지막 쪽에 나오는 한 마디를 옮겨 본다. 내가 만화책을 비롯해, 책을 읽는 마음이 무엇인가 하고 다시금 되새긴다. “나츠코 씨, 술을 마음으로 맛보는 사람은 달리 없어요. 비센으론 성이 차지 않는다 여기는 사람도 당신뿐이에요.” 술은 혀로 맛을 보는가? 술은 머리로 맛을 보는가? 술은 가슴으로 맛을 보는가? 저마다 다 다른 느낌으로 술맛을 볼 테지. 그런데, 술이든 밥이든 국이든 고기이든 풀이든, 혀로만 맛을 볼 수 없다고 느낀다. 참말, 마음으로 맛을 보지 않고서는 혀로도 맛을 볼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느낀다.


  술을 빚은 사람들 마음을 느끼면서 술맛을 본다. 밥을 지은 사람들 마음을 헤아리면서 밥맛을 즐긴다. 숲바람과 봄햇살 마음을 돌아보면서 봄나물을 먹는다. 마음을 느끼지 않을 때에는 무엇이든 겉치레가 된다고 본다. 마음을 느끼지 않기에, 책을 읽는 사람들이 으레 지식이나 정보에 끄달리거나 얽매이는구나 싶다. 마음을 살피지 않으니, 책을 읽는 사람들이 애써 아름다운 책을 읽었다 하더라도 스스로 삶을 새로 일구지 못하는구나 싶다. 마음으로 책을 읽을 때에 비로소 사람들 누구나 곱게 거듭나는 삶이 되리라 생각한다.


  맛집 이야기라든지, 요리나 술맛이라든지, 또 여행 이야기라든지 글로 쓰거나 사진으로 찍는 분이 부쩍 늘었다. 그런데 나는 그닥 끌리지 않는다. 술맛을 말하는 분들조차 혀로 느끼는 맛만 다룰 뿐, 술 한 모금 태어나 나한테 오기까지 어떠한 숲과 숨이 배었는가를 말하는 목소리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냉이를 먹고 달래를 먹으며 쑥을 먹을 때에 으레 ‘봄을 먹는다’고 말하면서도, ‘봄을 먹는다’가 무엇인가를 살갗으로라도 느끼는 사람이 매우 적다.


  봄을 먹을 수 있는 까닭은 마음을 먹기 때문이다. 봄맛을 느낄 수 있는 까닭은 마음을 느끼기 때문이다. 책을 읽을 수 있는 까닭은 마음을 읽기 때문이다. 책삶을 일굴 수 있는 까닭은 마음살이를 날마다 새롭게 지을 수 있기 때문이다. 4346.4.16.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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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3-04-16 11:10   좋아요 0 | URL
ㅎㅎ 저도 이제부터는 좋은 사람들과 술을 마실때는, 제가 마시는 이 술을 빚은 사람들 마음을 느끼면서 마셔야겠어요.
그렇지요. 혀로만 맛을 느끼기엔 무언가 진정 부족한 듯 싶어요.
마음으로 느껴야 참맛이겠지요~^^
책읽기도, 사람들을 만나는 일도, 계절을 느끼는 일도, 삶을 살아가는 일도요, 모두.^^

숲노래 2013-04-16 13:42   좋아요 0 | URL
언제나 좋은 마음 되기를 빌어요.
저도 저한테 늘 되새기면서 들려주는 말이기도 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