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
사월 십사일. 해가 길어 저녁에도 밝은 볕 들어온다. 저녁 일곱 시이지만, 방문 활짝 열었는데에도 이십 도 온도 되면서 따스하다. 좋구나. 스물이라는 숫자를 넘어가면 이만큼 좋구나. 집 둘레 밭자락에는 온갖 풀 수북하게 자라, 얼마든지 뜯고 뜯어도 식구들 실컷 먹을 만하다. 잎을 뜯는 풀은 앞으로 늦가을까지 푸르게 자라리라. 그리고, 홀로 씩씩하게 공부하러 떠난 옆지기 곧 집으로 돌아온다. 옆지기가 집을 비운 지 꼭 스무 날 된다. 즐겁게 공부 마치고 튼튼한 마음 되어 돌아올 테지. 아이들은 밥 잘 먹고, 잘 뛰놀며, 잘 웃는다. 큰아이는 작은아이한테 한 마디 두 마디 말 가르치는 재미 들이고, 서로 툭탁거리더라도 예쁘게 아끼면서 아버지 품에 살포시 안겨든다. 웃기는 녀석들이, 큰아이는 아버지 오른쪽에 눕고, 작은아이는 아버지 왼쪽에 눕는다. 큰아이를 왼쪽에 눕힌다든지 작은아이를 오른쪽에 눕히면 서로 싫어한다. 그냥 잠자리일 뿐이잖니, 굳이 왼쪽 오른쪽 안 따져도 되잖니, 그런 자리 하나 너희 자리란 뜻이니, 너희들 그런 투정 투덜거림 얼마나 귀여운지 아니. 하루하루 이야기 쌓이고, 날마다 따스함 넘친다. 이 아이들은 저희 넋을 살찌우면서 무럭무럭 자라고, 아이들과 살아가는 어버이는 온누리 밝히는 빛이 어디에서 샘솟는가 하고 새삼스레 돌아본다. 스무 살은 참 좋은 나이라 할 만하지. 스무 살 겹으로 되는 마흔 살도 참 좋은 나이라 할 만하지. 스무 살 곱곱 쌓이는 예순 살도 참 좋은 나이라 할 만하지. 스무 살 곱곱곱 겹치는 여든 살도 참 좋은 나이라 할 만하지. 오늘밤은 아이들이 이불 걷어차며 자더라도 괜찮다. 나도 이불 살짝 걷고 자다가, 작은아이 쉬 마렵다 낑낑거리는 밤에 일어나 오줌 누인 뒤 비로소 이불깃 여민다. 포근한 밤 지나가면 너희 어머니 비행기 타고 돌아오기 앞서, 저 먼 나라에서 전화를 걸며 기쁘게 웃으리라. 4346.4.15.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