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가운 상말
 614 : 결자해지

 

결자해지結者解之라고 했다. 근본 원인이야 어찌되었든 일단 부모와 가족에게 심려를 끼치고, 사회에 물의를 일으킨 것은 소년 자신이다
《천종호-아니야, 우리가 미안하다》(우리학교,2013) 46쪽

 

  “근본(根本) 원인(原因)이야”는 “까닭이야”나 “그 일이야”나 “그 일이 생긴 까닭이야”나 “그런 일이 터진 까닭이야”로 손봅니다. ‘일단(一旦)’은 ‘먼저’나 ‘무엇보다’나 ‘누구보다’로 손질하고, “부모(父母)와 가족(家族)에게”는 “부모와 식구한테”나 “어버이와 식구한테”로 손질하며, ‘심려(心慮)’는 ‘걱정’이나 ‘근심’으로 손질합니다. “물의(物議)를 일으킨 것은 소년 자신(自身)이다”는 “물결을 일으킨 쪽은 바로 소년이다”나 “잘못을 저지른 사람은 바로 소년이다”로 다듬어 봅니다.


  ‘결자해지(結者解之)’는 “맺은 사람이 풀어야 한다는 뜻으로, 자기가 저지른 일은 자기가 해결하여야 함을 이르는 말”이라고 합니다. 곧, “스스로 맺고 푼다”는 뜻이고, 이와 같은 뜻 그대로 적을 때에 가장 쉽고 또렷합니다.

 

 결자해지結者解之라고 했다
→ 맺은 사람이 푼다고 했다
→ 잘못한 사람이 푼다고 했다
→ 잘못한 사람이 바로잡는다고 했다
→ 엎은 사람이 주워담는다고 했다
→ 저지른 사람이 추스른다고 했다
 …

 

  사람들한테 낯익지 않거나 쉽지 않은 영어를 쓰는 이들은 으레 ‘한글로 적은 영어’ 앞뒤에 ‘알파벳으로 적는 영어’를 붙입니다. 사람들한테 낯설거나 어려운 한자말을 쓰는 이들은 어김없이 ‘한글로 적은 한자말’ 앞이나 뒤에 ‘한자로 밝혀서 적는 글’을 달아 놓습니다.


  ‘결자해지’라 한글로 적은 뒤, 곧바로 ‘結者解之’라 한자를 붙인 보기글입니다. 이렇게 적으면 사람들이 더 잘 알아볼 수 있을까요. 이렇게 글을 쓰면 글쓴이 뜻을 사람들이 더 널리 헤아릴 수 있을까요.


  한자를 알아야 말뜻을 알 만한 한자말이라 하면, 사람들이 한자를 알아야 이 한자말 뜻과 쓰임을 압니다. 곧, 사람들이 한자를 모르면, 이렇게 적은 글월을 사람들이 알아보거나 헤아릴 수 없습니다. 다시 말하자면, 한자를 모르는 사람으로서는 읽을 수 없는 글이고, 한자를 모르는 사람은 이 글을 읽지 말라는 뜻이 되고 맙니다.


  영어를 모르는 사람한테 영어를 배우라는 뜻으로 온갖 영어를 글에 끼워넣으면 어떻게 될까요. 일본말 모르는 사람한테 일본말을 배우라는 뜻으로 갖은 일본말을 글에 끼워넣으면 어떻게 되나요. ‘똘레랑스’라든지 ‘노블레스 오블리주’ 같은 프랑스말이 어느덧 한국 사회로 깊이 스며들었는데, 아직 이런 프랑스말 모르는 한국사람 제법 많아요. 그런데, 한국사람이 꼭 이런 프랑스말까지 알아야 ‘똘레랑스’를 할 수 있거나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할 만한가요. 한국사람 누구나 알아듣고 즐겁게 받아들이게끔 쉽고 또렷한 한국말을 찾거나 빚어서 널리 나누어야 올바르지 않을까요. 4346.4.14.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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맺은 사람이 푼다고 했다. 그런 일이 터진 까닭이야 어찌되었든 먼저 부모와 식구한테 걱정을 끼치고, 사회에 물결을 일으킨 사람은 바로 소년이다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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