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배나무꽃 책읽기
어릴 적 옛이야기에서 콩배나무와 팥배나무라는 이름을 들었다. 그러나 막상 콩배나무와 팥배나무가 어떻게 생겼는지 보지 못했다. 도시에서 나고 자랐으니, 도시 한켠에 콩배나무나 팥배나무 심는 이는 거의 없거나 아예 없어 못 볼 만하리라 느낀다. 그러면 시골에서는?
시골에서 살아가면서 콩배나무나 팥배나무를 생각하지 않으며 하루하루 지나다가, 봉래면 봉래산 멧기슭에서 콩배나무 꽃송이 흐드러진 모습 바라본다. 아, 콩배나무가 이렇구나. 사람들이 벚꽃만 잔뜩 심어 벚꽃잔치만 하고 벚꽃놀이만 즐기는데, 콩배나무 곱다시 심어 놓으면 얼마나 흐드러진 하얀 꽃잔치와 말간 꽃놀이 될 수 있을까.
매화꽃 지면서 마알간 꽃나무 다 지는가 하고 여겼더니, 이봐 나무도 숲도 아직 잘 모르면서 무슨 말이야, 하는 듯이 콩배나무가 하얀 꽃타래 듬뿍 안긴다. 콩배나무야, 네 꽃이 한껏 피어나고 나서 맺는 열매도 무척 소담스러우면서 곱겠구나. 멧나비는 네 꽃가루를 먹으면서 살고, 멧다람쥐와 멧새는 네 봉오리와 열매 먹으면서 살겠구나. 4346.4.12.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