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손에 쥔 꽃은

 


  봉래산 숲길 살짝 거닐다가 큰아이가 여러 풀잎과 꽃송이를 딴다. 천남성 풀잎을 따고 남산제비꽃 송이를 따며, 피나물 꽃송이를 딴다. 손에 쥐며 아이 예쁘다 하고 놀기에, 벼리야 꽃 좀 보여줘, 하고 부른다. 아이는 예쁜 꽃과 잎을 보여준다. 아이 손은 예쁜 물이 들고, 아이 눈에는 예쁜 빛이 서린다. 예쁜 숲을 만나니 예쁜 넋이 샘솟을 테지.


  아이 모습을 사진으로 찍다가 내 어릴 적을 떠올린다. 다른 사내아이들은 공놀이로 바쁠 적에 나는 공놀이도 함께 했지만, 꽃놀이도 따로 하곤 했다. 어머니는 형과 나를 불러, 아파트마을 한켠 꽃밭으로 데려가서는 꽃잎과 풀잎 들여다보는 즐거움을 몇 가지 가르쳐 주었다. 토끼풀줄기로 가락지 엮는 법이라든지, 토끼풀꽃 누리는 법이라든지, 어머니로서도 당신 어릴 적 당신 어머니나 언니 오빠들한테서 배웠을 풀놀이를 물려주었다.


  아이가 손에 쥔 꽃은 무엇일까. 아이가 손으로 만지는 꽃은 언제 피어난 꽃일까. 이 아이가 자라 어른이 되어 저희 아이 새로 낳으면, 이 아이는 어른 되어 저희 아이한테 어떤 이야기와 노래와 웃음을 물려줄 수 있을까. 4346.4.8.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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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3-04-09 10:20   좋아요 0 | URL
정말 아름다운 사진이네요. *^^*

숲노래 2013-04-09 12:04   좋아요 0 | URL
저 스스로 이 사진 찍을 때에
얼마나 가슴이 뛰었는지요!

이 사진 하나 찍을 수 있어
어제 낮에 숲마실 하며
얼마나 기쁘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