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살아가는 말 141] 하나부터 일까지

 


  큰아이와 숫자를 익히며 ‘하나 둘 셋 …… 여덟 아홉 열’을 이야기했지만, 큰아이랑 함께 보는 만화영화를 비롯해, 둘레 다른 어른들, 여기에 어른들 누구나 쓰는 손전화 숫자판을 누를 때에 터져나오는 소리는 몽땅 ‘일 이 삼 …… 팔 구 십’입니다. 시간을 셀 때에 “열 시 삼십 분”이라 말하니까, 한자로 가리키는 ‘삼십’도 알아야 할 테고, 날을 셀 적에 “사월 십오일”이라 말하니까, 한자로 일컫는 ‘사’라든지 ‘십오’도 알아야겠지요. 그렇지만, 책을 ‘한 권 두 권’으로 셉니다. 사람은 ‘네 사람 다섯 사람’으로 셉니다. 열매는 ‘넉 알 닷 알’로 셉니다. 이야기는 ‘일곱 가지 여덟 가지’로 들려줍니다. 숫자놀이 즐기다가 문득 큰 걸림돌 만납니다. 사회가 다 그러하니 사회를 따라야 하는 셈일 수 있지만, 똑같은 숨결을 두고 한편으로는 ‘사람’이라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人間’이라 하며 또 다른 한편으로는 ‘human’이라 하는 이 나라 말글살이를 우리 아이들한테도 엉터리로 가르치거나 보여주어야 할까요. 하나부터 열까지 나아가야 할 말이고 넋이며 삶이지만, 하나에서 일까지 제자리걸음을 하는 사회 얼거리입니다. 4346.4.8.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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