찔레잎 푸른 숨결
찔레나무에 새잎 돋는다. 찔레나무는 봄나무 가운데 푸른 잎사귀를 퍽 일찌감치 내놓는다. 매화나무를 보면 푸른 잎사귀 돋기 앞서 살며시 발그스름한 빛 감도는 하얀 꽃잎을 내놓고, 개나리나무를 보면 푸른 잎사귀 나기 앞서 노랗게 맑은 꽃잎을 내놓는다. 감나무도 뽕나무도 대추나무도 모두 푸른 잎사귀이고 맑은 꽃잎이고 나지 않으나, 찔레나무는 예쁜 잎사귀를 활짝 내놓아 들판을 곱게 밝혀 들일하는 사람들한테 봄이 왔다고 널리 알린다.
아이들과 찔레나무 앞에 선다. “벼리야. 찔레꽃잎 먹은 일 생각나니? 지난해 봄에 찔레꽃잎 먹었는데.” “응.” 참말 떠올리면서 말했을까. 알 수 없는 노릇이지만, “찔레 잎사귀는 아직 못 먹어 봤지? 찔레 푸른 잎사귀도 맛있단다.” 하고 얘기하면서, 아버지가 먼저 찔레 푸른 잎사귀 뜯어서 먹는다. 한 잎 뜯어 큰아이한테 내민다. 큰아이가 입에 넣어 씹더니 맛있다고 말한다. 한 잎 더 뜯어서 준다. 작은아이한테도 한 잎 뜯어서 준다. 두 아이 모두 맛있게 잘 씹어서 먹는다.
그래, 이게 찔레잎 맛이란다. 봄맛이지. 푸른 숨결 맛이지. 푸른 봄노래 맛이지. 4346.4.3.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