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어머니

람타 공부 하러

미국 시애틀에 간 지

오늘로 여드레.

앞으로 열나흘쯤 있어야

집으로 돌아온다.

 

이제 1/3이 지났구나.

아이들은 어머니 없는 나날에

차츰 익숙해지면서도

어머니 보고 싶다는 말을 한다.

다만, 울지는 않는다.

 

아버지는

어머니 미국에 보내려고

비행기삯 바지런히 벌어야 하는 만큼

이모저모 챙기다 보면

어느새 아이들이랑 덜 놀며

혼자 일에 파묻혀 버린다.

아차, 싶어 일을 그치며

아이들하고 논다.

 

그러나, 이러다가도 곧바로

밥 차려 먹일 때가 다가오고

밥을 먹인 뒤에는

졸린 아이 토닥이며 재우고,

졸리면서 안 자는 아이랑

그림 그리고 이래저래 놀면서

자장노래 부르면서 재운다.

 

재우고 나서는 이불 걷어차면 이불 여미고,

끙끙거리며 쉬 마렵다 칭얼대면

밤오줌 누인 다음

한참 안고 달래고 자리에 눕힌다.

 

어머니 없이 여드레 보내는 아이들

되게 얌전해지고 속이 깊어진다.

어머니 돌아오는 날 기다리며

씩씩하게 보내는 모습 어여쁘다.

 

아버지로서,

어머니 없는 동안 집청소 좀 말끔히 하고프지만

이래저래 마음 쓸 일이 많으니

청소도 좀 더디다.

그래도 이럭저럭 조금 하고,

밭뙈기 흙 뒤집기도 조금 한다.

 

두 아이 모두 재우고 나서

이제 홀가분하게 글을 쓰거나 책을 만들 만한가 생각하고 보면,

나도 하루 내내 아이들과 복닥이느라

기운이 쪽 빠져서

머리가 구르지 않는다.

하고 쳇 쳇 쳇 하다가

아이들 사이로 비집고 들어가야지,

뭔 수가 있겠나.

 

도시에서나 시골에서나

남자(아버지)가 두 아이 도맡으면서

밥 먹이고 빨래랑 청소랑 집일 모두 거느리면서

집살림 꾸리느라 바깥일까지 홀라당 하면서,

어린이집이고 유아원이고 유치원이고 안 보내고

집에서 아이들 놀리고 가르치는 사람은

없으려나? 있을까?

나와 같이 집안일과 아이돌보기 도맡는

아버지 몇 사람 틀림없이

이 나라 어딘가에 있겠지?

아무렴 있겠지?

 

가정주부 아버지를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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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3-04-02 23:18   좋아요 0 | URL
울지 않고 아버지와 ,어머니 오실 때까지 씩씩하게 잘 지내는 사름벼리와 산들보라!
참 착하고 예뻐요~^^
힘드시겠지만, 함께살기님 마음 즐겁고 아름답게 사시니 늘~~보기 좋습니다.
좋은 밤 되세요.~*^^*

숲노래 2013-04-03 04:30   좋아요 0 | URL
저도 씩씩하게 하루 누려야지요... 아아아... @.@

BRINY 2013-04-03 11:39   좋아요 0 | URL
생활인으로서 공감이 팍팍 갑니다.

숲노래 2013-04-03 11:48   좋아요 0 | URL
이궁. 아이들과 지내며
하루는 그야말로 쏜살과 같이 흘러갑니다 @.@
사진을 안 찍고 글을 안 쓰면
몇 해는 훌쩍 지나가서
아무 이야기도 떠올리지 못할 수 있겠구나 싶기도 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