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시 택시 일꾼
지난 3월 19일, 전라도 순천에서 남원을 거쳐 전주로 기차를 타고 간 뒤, 택시로 갈아타서 ‘홍지서림 책방골목’에 들러 실컷 책을 누린 다음, 다시 기차역으로 택시를 잡아타고 가는데, 내 차림새가 어딘가 남다르다며, 택시 일꾼이 말을 붙인다. 커다란 가방 등에 짊어지고 목에는 사진기 하나, 앞쪽에 또 가방 서넛 주렁주렁 매달고 어깨에도 사진기 하나 걸친데다가, 머리띠로 긴머리 질끈 동이고, 수염은 자라는 그대로 놓은 모습을 보는 사람들은, 처음에는 한국으로 나들이 온 외국사람으로 여기다가, 무언가 예술 하는 사람인 듯 생각한다. “전주에 관광 오셨나요?” 하는 물음에, “아니요. 저는 전주 홍지서림 책방골목에 헌책방 나들이 왔어요. 저는 전주에 헌책방이 있기 때문에 전주에 와요.” 하고 이야기한다. 그러자, 택시 일꾼이 길게 한숨을 쉬면서, “책방 많이 문 닫았지요. 민중서관 문 닫을 때에는 가슴이 짠하더라고요.” 하고 이야기한다.
전주시 국회의원은, 전주시장은, 전주시 시의원은, 전주시 기자들은, 전주시 대학교수는, 전주시 초·중·고등학교 교사는, 전주시 어버이들은, 전주시 어른들은, 전주시 푸름이와 아이들은, 전주시에서 오랜 나날 삶빛 밝히던 〈민중서관〉 문닫을 적에 어떤 마음이었을까. 문닫은 줄 알기는 알까. ‘홍지서림 책방골목’에서 그 많던 헌책방들 주르르 문을 닫고 이제 꼭 세 곳 남은 요즈음 어떤 마음일까. 알기는 알까. 건물 새로 짓거나 길바닥 아스팔트하고 거님돌 갈아치우는 데에는 돈을 아낌없이 쓰는 행정과 관청과 정치인데, 마을사람 삶과 꿈과 사랑 북돋우는 일에는 어떤 돈과 힘과 이름과 마음을 기울이는가. 4346.4.2.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