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물 줄게
읍내에서 어느 할매가 할미꽃 멧골에서 캐서 팔기에 열 뿌리 장만해서 꽃밭에 옮겨심었다. 그런데 멧골 흙과 우리 집 흙이 달라서인지, 어떤 까닭에서인지, 할미꽃들 모두 영 기운을 내지 못한다. 그늘자리에 옮겨심어야 했을까. 아이들이 할미꽃 자꾸 축축 처진다 말하며 물을 주자 말한다. 큰아이가 바가지 들고 와서 “내가 물 줄게.” 하고 말한다. “그럼 네가 물을 받아서 줘.” 했더니, “아버지가 물 받아 주세요.” 한다. 바가지에 물을 담는다. 큰아이는 살몃살몃 걸어가서 할미꽃한테 물을 준다. 작은아이는 곁에 서서 누나가 하는 양을 지켜본다. 우리 집 풀과 꽃과 나무 들아, 모두모두 기운내어 씩씩하게 자라렴. 우리 아이들 사랑도 고루 받으며 튼튼하게 뿌리내리렴. 4346.3.29.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