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매화나무
뒷밭을 갈아엎어 쓰레기를 파낼 적에도 못 보고, 매화꽃 얼마나 피었다 살펴볼 적에도 못 보았는데, 엊그제 뒷밭에서 석면조각 천천히 줍다가 문득, 아주 조그마한 아기 매화나무 하나 돋은 모습을 본다. 어쩜 너는 삽차가 우르릉 지나다니고 할 적에 깔리지 않고, 치이지 않으면서, 이곳에서 곱게 살아남았니. 너 있는 줄 몰랐는데. 네가 이렇게 씩씩하게 줄기를 올리며 봉오리 터뜨리려는 줄 알아채지 못했는데.
큰아이와 작은아이를 부른다. 얘들아, 여기 아기나무가 자란단다. 너희들 이곳에서 놀며 이 아기나무 다치지 않게 잘 지켜봐 주렴.
내 새끼손가락 길이만큼 돋은 아기 매화나무는 해마다 무럭무럭 자라리라. 올해에는 이곳에 그대로 두고, 이듬해에는 조금 옆으로 옮겨심어야지. 요 작은 아기 매화나무에서 참말 자그마한 꽃송이 피어나면, 고 자그마한 꽃송이도 열매를 맺을까. 4346.3.28.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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