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수, 김미화

 


  나는 김혜수 님이 대학교를 나왔는지 안 나왔는지 모른다. 아니, 대학교를 나왔는지 안 나왔는지 생각해 본 적 없다. 연기를 하며 살아가는 김혜수 님한테 대학교 졸업장이 무슨 뜻이나 보람이 있겠는가. 즐겁게 연기하고 아름답게 연기하면 넉넉할 뿐이다.


  연기를 하다가 시사방송을 이끄는 김미화 님이 대학교를 다녔는지 안 다녔는지 나로서는 모른다. 아니, 김미화 님이 대학교를 다녔든 안 다녔든 아랑곳할 까닭이 없다. 웃음보따리는 대학교를 다녀야 열지 않는다. 사회와 삶과 지구별 읽는 눈썰미는 대학교를 다녀야 키우지 않는다. 이웃을 사랑하고 내 몸을 스스로 아낄 줄 안다면, 사회와 삶과 지구별을 깊고 넓게 읽거나 헤아릴 수 있다고 느낀다.


  그런데, 김혜수 님과 김미화 님이 ‘논문 표절 말밥’에 오른다. 참 뜻밖이로구나 싶으면서, 뭣 하러 두 사람한테 이런 트집을 잡으려 할까 궁금하다.


  곰곰이 생각해 본다. 영화를 찍든 연속극을 찍든, 또 코미디를 찍건 시사방송을 찍건, 그이 마음그릇과 생각밭이 어떠한가를 살필 노릇이다. 그이 졸업장을 뒤적이거나 논문을 훑을 까닭이 없다. 시인 한 사람이 시를 쓸 때에는 시를 읽을 노릇이다. 시인이 어느 대학교 무슨 학과를 나오거나 어떤 사람한테서 시를 배웠다든지 어느 문학잡지에 시를 실었는가 따위를 알아야 할 까닭이 없다. 소설가 한 사람이 소설을 쓸 때에는 소설을 읽을 노릇이다. 소설가가 무슨 밥을 먹고 어떤 옷을 입으며 자가용을 모는지 마는지 따위를 살필 까닭이 없다.


  쌀밥 먹는 사람들이 ‘나락 키운 흙일꾼’이 할매인지 할배인지 따지지 않는다. ‘나락 키운 흙일꾼’이 젊은내기이건 늙은이이건 가릴 까닭이 없다. 아이들이 낫질을 해서 나락베기를 거들었거나 안 거들었거나 굳이 살펴야 하지 않는다. 살피거나 따져야 한다면, 농약이나 비료를 쳤느냐 안 쳤느냐 쳤다면 얼마나 쳤느냐를 따져야겠지. 곧, 연기하는 사람한테는 연기를 따질 노릇이다. 글을 쓰는 사람한테는 글그릇을 살필 노릇이다.


  봄햇살 묻어나는 바람이 분다. 봄꽃내음 물씬 밴 바람이 분다. 꽃가루 날리는구나 하고 느낀다. 어떤 풀과 나무가 이렇게 어여쁜 꽃가루 날리며 봄기운 듬뿍 나누려 할까. 매화나무 곁 십 미터 거리에 서도 매화꽃내음 가득하다. 모과나무는 이제 새잎 트려 하는데에도 모과나무 곁에 서면 모과내음 솔솔 난다. 좋은 봄날, 사람들 가슴속에 좋은 이야기 깃들면서 좋은 생각 피어날 수 있기를 빈다. 4346.3.25.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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