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일라가 사랑한 동물 이야기 - 온가족이 함께보는 헝가리 여성사진가 아일라의 동물사진 앨범
정진국 글, 이일라 사진 / 눈빛 / 2012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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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진책은 참 아름다운데, 글 때문에 슬프게 망가집니다. 아예 글 없이 사진만 있으면 즐겁게 별 다섯 꾹꾹 채울 텐데, 글 때문에 슬프게 별 하나를 깎습니다... 부디 재판 찍어 글을 모두 덜고 사진을 더 집어넣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찾아 읽는 사진책 136

 


사랑이 있어 사진이 있습니다
― 이일라가 사랑한 동물 이야기
 이일라(Ylla) 사진,정진국 글
 눈빛 펴냄,2012.5.7./18000원

 


  사랑이 있어 사진이 있습니다. 사랑이 없어 사진이 없습니다. 사랑이 있어 노래가 달콤합니다. 사랑이 없어 노래가 메마릅니다. 사랑이 있어 글이 아름답습니다. 사랑이 없어 글이 무섭습니다.


  사랑으로 살아가는 어버이는 아이들한테 사랑을 물려줍니다. 아니, 아이들한테 사랑을 물려주기 앞서 하루하루 사랑 넘치는 웃음꽃 피어납니다. 사랑으로 살아가는 아이들은 어버이한테 사랑을 선물합니다. 아니, 어버이한테 사랑을 선물하기 앞서 늘 사랑 가득한 노래잔치 이룹니다.


  태어날 적에 어버이한테서 카밀라 코플러(Camilla Koffler)라는 이름을 얻은 이일라(Ylla) 님이 빚은 사진을 그러모아 엮은 책 《이일라가 사랑한 동물 이야기》(눈빛,2012)를 읽으면서 곰곰이 생각합니다. 이일라 님은 당신 어릴 적과 젊은 나날 당신 어버이한테서 얼마나 깊고 너른 사랑을 받았을까요. 얼마나 따사롭고 포근한 사랑을 누렸을까요.


  곰을 찍고 코끼리를 찍으며, 개를 찍고 고향이를 찍는 한편, 아프리카와 인도를 밟으면서 찍은 사진을 하나하나 들여다봅니다. 살가운 사랑을 받으며 하루하루 빛나는 이야기 누렸기에 이렇게 어여쁜 사진을 찍는구나 싶습니다. 고운 사랑을 받으며 언제나 해맑은 웃음 피웠기에 이처럼 아리땁게 사진을 찍는구나 싶어요.

 

 

 

 


  사진책 《이일라가 사랑한 동물 이야기》에 풀이말 붙인 정진국 님은 “이일라는 개에게서 억지로 포즈를 끌어내려 하지 않았다. 개들이 저들 나름대로 자세를 취하는 대로, 우쭐한 척하면 하는 대로, 또 침울하면 침울한 대로 사진에 담았다(101쪽).” 하고 말합니다. 참말 그렇습니다. 이일라 님은 사진 한 장 억지스레 찍지 않습니다. 이일라 님은 사진을 사랑으로 찍습니다.


  그래요. 사랑이 있으니 사진을 찍지요. 사랑이 있기에 사랑을 사진에 담지요. 사랑을 생각하기에 사진 한 장 찍으며 사랑을 나누는 즐거움을 헤아리지요.


  사진은 손재주로 찍지 못합니다. 손재주 아무리 좋다 하더라도, 사람들 가슴으로 스며드는 이야기는 이루지 못해요. 사진은 손놀림으로 찍지 못합니다. 손놀림 제아무리 잽싸다 하더라도, 사람들 가슴으로 젖어드는 이야기는 일구지 못해요. 사진은 기계만으로 찍지 못합니다. 사진장비 아무리 값지다 하지만, 내 이웃을 아끼며 사랑하는 넋이 아니라 할 때에는, 서로 어깨동무할 사진으로 거듭나지 못해요.


  백 마디 말이 무슨 쓸모가 있을까요. 한 마디 사랑이면 넉넉합니다. 한 가지 사랑으로 찍는 사진이면 됩니다. 어버이가 주머니에 늘 품는 아이들 사진은 ‘빼어난 손재주로 찍은 사진’이 아닙니다. 옆지기가 지갑에 언제나 넣고 다니는 아이들 사진은 ‘놀라운 손놀림으로 찍은 사진’이 아닙니다. 사랑을 담아 찍은 사진을 주머니에 넣고는, 늘 꺼내고 또 꺼내어 들여다봅니다. 사랑을 실어 빚은 사진을 지갑에 넣고는, 새삼스레 꺼내고 또 꺼내어 바라봅니다.


  꽃 한 송이를 찍거나, 나무 한 그루를 찍을 적에도 마음속으로 피어나는 사랑이 있기 때문입니다. 개 한 마리를 찍거나, 고양이 한 마리를 찍을 때에도 마음속에서 자라나는 꿈이 있기 때문입니다.


  좋은 마음이 좋은 사진으로 갑니다. 좋은 사랑이 좋은 사진으로 태어납니다. 기쁜 마음이 기쁜 사진으로 갑니다. 기쁜 사랑이 기쁜 사진으로 태어나요.


  이일라 님 사진책 《이일라가 사랑한 동물 이야기》를 여러 차례 넘깁니다. 정진국 님이 애써 이런 얘기 저런 얘기 붙여 주었는데, 정진국 님 글은 머리글 서너 쪽으로만 짧게 간추린 다음, 이일라 님 사진을 더 많이 담아서, 이 사진책 읽을 사람들한테 더 깊고 너른 사랑 누리도록 꾀했으면 얼마나 아름다웠으랴 싶습니다. 이일라 님 사진책에 이일라 님 사진 아닌 나그네 글이 너무 많습니다. 이일라 님 사진책에 이일라 님 사랑 어린 사진 아닌 나그네 군말이 너무 깁니다. 4346.3.23.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사진책 읽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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