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꽃놀이 1
매화나무 하야말간 꽃송이 터진다. 볕 잘 드는 마을에서는 벌써 꽃송이 하나둘 지는데, 우리 마을에서도 우리 집은 이제서야 꽃봉오리 하나둘 터진다. 지난주에는 다른 집 꽃송이를 누리고, 이제부터는 우리 집 꽃송이를 즐긴다.
아이들과 함께 매화나무 곁에 선다. 아이는 팔을 뻗어 꽃가지를 꺾으려 한다. 아이야, 꽃가지는 꺾지 말자. 꽃송이만 몇 따자. 가지째 꺾으면 나무가 아프잖니. 잔가지는 여럿 솎았지만, 한창 꽃이 피어나는 어여쁜 가지를 꺾으면 나무가 얼마나 힘들까.
아이 손이 닿는 데에서 꽃송이 몇 딴다. 작은 아이 작은 손바닥에 작은 꽃봉오리 놓는다. 봄이 익는다. 봄이 노래한다. 봄이 춤춘다. 봄이 맑다. 매화나무 곁에 서기만 해도 온몸에 매화내음 흠씬 배고, 꽃송이 흐드러진 가지를 살살 만지며 꽃봉오리 몇 따면서 매화내음 새삼스레 손끝부터 발끝까지 곱게 스민다. 우리는 모두 꽃이로구나. 4346.3.23.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