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나무 생각

 


  서울에도 나무가 있고, 인천에도 나무가 있습니다. 부산에도 나무가 있고, 광주에도 나무가 있습니다. 그런데, 서울에서 자라는 서울나무는 흙땅을 좀처럼 마음껏 누리지 못합니다. 서울에서 자라는 서울나무도 다른 나무들처럼 푸른 숨결 내뿜으며 노래하고 싶은데, 매캐한 바람 너무 짙고 자동차 소리 너무 시끄러워, 숨결도 노래도 곱게 퍼지지 못합니다.


  전라도 시골 고흥에서 살아가는 고흥나무에는 동백꽃이며 매화꽃이며 가득합니다. 나무 곁에는 봄까지꽃 광대나물꽃 별꽃 노루귀꽃 제비꽃 유채꽃 할미꽃 흐드러집니다. 바람이 포근하게 불고, 고흥나무는 포근한 바람을 한껏 즐기면서 푸른 숨결 내뿜고는 푸른 노래 싱그러이 부릅니다.


  서울나무도 맑은 꽃빛 어여쁜 들풀하고 어울리고 싶겠지요. 서울사람도 푸른나무와 봄들꽃이랑 어울리면 한결 맑게 웃으면서 따사로운 서울 삶터 일굴 수 있겠지요. 서울에는 새 야구장이나 새 축구장이나 새 극장이나 새 아파트나 새 백화점이나 새 건물이 있어야 하지 않아요. 서울에는 바로 숲이 있어야 하고, 사람들 누구나 밟고 만지면서 사랑할 흙이 있어야 해요. 4346.3.21.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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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3-03-21 10:14   좋아요 0 | URL
어느 집에서 작년인가, 자기네 주차장에 그 옆집의 커다란 목련나무와 라일락나무의 낙엽들이 너무 많이 떨어진다고 싸우다 결국은 집공사중에 그 나무들을 베어버린 일이 있었어요.
정말 기가 막힌 일이라..지금도 안타깝고 한숨만 나와요.
서울나무들은 이래저래 딱합니다.ㅠ.ㅠ

숲노래 2013-03-22 16:11   좋아요 0 | URL
나무에 잎이 있으니 마땅히 가랑잎 떨어지지요.
떨어지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