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졸라, 나디아 불랑제

 


  나는 피아졸라가 누구인지 모른다. 나는 나디아 불랑제라 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모른다. 지난주쯤 《음악가의 음악가, 나디아 불랑제》라는 책이 새로 나왔기에 무슨 책인고 하면서 찬찬히 살피니, 매우 놀라운 이야기를 담아 깜짝 놀랐고, 고흥에서 서울로 사진강의를 오는 먼 기찻길에 이 책을 ⅔쯤 읽는다. 아이들 모두 시골집에서 옆지기가 함께 놀면서 돌보고, 홀로 서울마실을 하니, 기찻간에서 퍽 느긋하게 책을 읽는다. 전주를 지날 적부터 옆에 다른 사람 앉고, 내 옆에 앉은 분은 두 시간 반 가까이 셈틀을 켜고는 인터넷을 누빈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내 할 일을 하면 된다. 더구나, 《음악가의 음악가, 나디아 불랑제》라는 책이 무척 놀랍기에 둘레에서 이렇게 떠들든 저렇게 복작거리든 다 괜찮다. 어떠한 소리도 움직임도 느끼지 않고 책하고 한몸이 된다.


  음악가한테 음악가가 되었다는 나디아 불랑제라는 사람은, 지휘도 하고 연주도 하고 작곡도 한다지만(나중에 작곡은 그만두었다는데), 어느 무엇보다 어린 아이들이나 젊은 사람들한테 ‘이녁 가슴에 깃든 빛’을 잘 깨우치면서 북돋우는 길을 오랫동안 걸었다고 한다. 그래, 노래스승이란 말이지.


  1887년에 태어나 1979년에 숨을 거둔 나디아 불랑제라는 사람이 들려준 이야기를 갈무리한 이 책은 프랑스에서 1980년에 비로소 처음 나왔고, 한국에는 2013년에 한국말로 처음 나온다. 서른세 해라는 나날이 지나고야 한국에서 빛을 보는 셈이라 할 테니까, 참말 한국 책마을 눈높이를 알 만하다.


  그런데, 한국 책마을 눈높이가 낮다는 뜻에서 이런 말을 하지 않는다. 그저 한국 책마을 눈높이가 이러하다뿐이다. 낮대서 나쁘거나 높대서 훌륭하지 않으니까. 낮으면 낮을 뿐이지, 낮기에 안 사랑스럽고 안 믿음직할 까닭 없다. 가만히 따지면, 한국 책마을이나 노래마을은 스스로 빛을 느끼거나 깨달아 한결 아름다운 자리로 나아가려는 움직임이 제대로 드러나지 않으니까, 《음악가의 음악가, 나디아 불랑제》 같은 책이 서른세 해만에 나올밖에 없다.


  나라밖 모든 훌륭하거나 아름다운 책이 모두 한국말로 나오기를 바랄 수 없지만, 빠뜨리거나 놓치지 않을 만한 책은 틀림없이 있다고 느낀다. 이 나라 사람들 스스로 이녁 삶을 사랑하도록 이끄는 책이라면, 이 겨레 사람들 스스로 이녁 삶이 얼마나 고운 빛인가를 깨닫도록 돕는 책이라면, 돈있고 이름있는 출판사에서건 돈 적고 이름 적은 출판사에서건 씩씩하게 내놓을 수 있기를 빈다. 책은 빛이니까. 사람도 빛이고, 노래도 빛이며, 책 또한 빛이니까. 4346.3.20.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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