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주는 사람
밥 주는 사람은 날마다 끼니때 되면 밥을 차린다. 하루에 한 번, 두 번, 세 번, 때로는 틈틈이 샛밥을 차린다. 밥 주는 사람은 밥상 앞에 앉아 수저 드는 사람이 맛나게 밥 즐기기를 바란다. 즐겁게 먹으며 즐겁게 하루 누릴 수 있기를 빈다. 맛난 밥이 몸으로 스며들어 고운 숨결 되고, 고운 숨결이 너른 생각으로 자라, 착한 웃음으로 피어날 수 있기를 꿈꾼다.
어른이 아이한테 밥을 차려서 준다. 아이들이 자라 늙은 어버이한테 밥을 차려서 준다. 늙은 어버이가 나이든 아이들한테 밥을 차려서 준다. 나이든 아이들은 새롭게 어른이 되어 갓 태어난 아이들한테 밥을 차려서 준다. 풀 한 포기 밥이 되고, 열매 한 알 밥이 된다. 물고기를 먹거나 돼지고기를 먹기도 하는데, 풀이든 열매이든 고기이든 모두, 햇살이 살찌우고 흙이 북돋우며 바람과 물이 푸르게 길러 준다.
밥을 먹는 사람은 늘 햇살이랑 흙이랑 바람이랑 물이랑 먹는 셈이다. 밥을 차려 주는 사람은 언제나 햇살과 흙과 바람과 물을 가지런히 갈무리하면서 따사롭게 나누어 주는 셈이다. 4346.3.17.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