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9월 29일에 이런 찡한 글을 쓰기도 했군요.
알라딘서재에는 그동안 안 올렸고
다른 데에도 안 올렸지만,
나 스스로 내 글 이 삶자락 좋아
즐겁게 걸칩니다.
..
2007.9.29. 내가 생각하는 도서관
제가 생각하는 도서관은 열린 터입니다. 날마다 찾아갈 수 있어도 좋지만, 한 주에 한 번 찾아갈 수 있어도 좋고, 한 달이나 한 해에 한 번 찾아갈 수 있어도 좋습니다. 다만 늘 그곳에 있어서, 우리 마음을 쉬러 나들이 할 수 있으면 됩니다.
어릴 적이나 어른이 된 오늘이나, 이웃집을 찾아갈 때면 맨 먼저 그 집 책시렁을 둘러봅니다. 마음을 가꾸고 살찌우는 책읽기는 어떻게 하시는지, 책은 어떻게 대접받는지 살펴봅니다.
제 생각뿐인지 모르겠으나, 우리는 틈나는 대로 이웃집에 나들이 가야 한다고 봅니다. 아이를 데리고 갈 수 있으면 더 좋고, 아이들만 가도 좋습니다. 어른이 없어도 아이들은 저희끼리 잘 놉니다. 아이들은 누군가 같이 놀아 주어도 좋으나, 머리통이 조금씩 굵어지면서 혼자 노는 재미도 느낍니다. 이리하여 아이들은 차츰차츰 책나라로 빠져듭니다.
이웃집 나들이는 우리와 다른 사람들 삶을 만나고 함께하는 ‘열린 구멍’ 느끼기라고도 봅니다. 이웃집과 우리는 다르기 때문에, 서로 좋아하는 책이 다르고, 사서 갖춰 놓는 책이 다르며 살림새와 집안 꾸밈새 모두 다릅니다. 어른이나 아이나, 이웃집 나들이를 하면서 ‘여태껏 보던 책과는 다른 ’ 책을 느끼고, ‘이제껏 부대끼던 사람과는 다른 ’ 사람을 헤아립니다.
도서관이란, 무엇보다도 다 다름을 느끼도록 돕고, 다 다른 것(사람과 책과 온누리와 겨레와 나라와 숲과 목숨)이 어떻게 어우러지는가를 굽어살피며, 이 다 다름이 어떻게 있을 때에 아름답겠는가를 우리 스스로 묻고 얘기하도록 깨우쳐 주는 배움터는 아닐까요. 우리 집 대문을 열어 놓으면, 바로 우리 집이 도서관이 됩니다. 놀이터가 되고 사랑방이 됩니다.
(최종규 . 2013 - 사진책 도서관 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