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과 꽃
큰아이한테 자전거를 한 대 장만해 주고픈 꿈을 여섯 해만에 이룬다. 곰곰이 따지면, 이룬다기보다 기다렸다고 해야 맞다. 세발자전거는 으레 플라스틱덩어리이기만 하고, 퍽 잘 만든 세발자전거는 지나치게 비싸서, 꼬마바뀌를 떼면 곧장 탈 만한 두발자전거 키높이까지 큰아이가 자라기를 기다렸다. 큰아이 키가 1미터를 넘은 뒤 좀처럼 더 뻗지 못한다 느껴 언제나 두발자전거 장만해 주려나 했더니, 아이들은 서로서로 씩씩하게 놀고 튼튼하게 뒹굴면서 무럭무럭 자란다. 큰아이도 작은아이도 저희 깜냥껏 재미나게 자란다. 읍내 자전거집에서 참 예쁘구나 싶은 자전거를 보고는, 저 자전거가 예쁘기만 할는지 튼튼하며 야무지게 만들었는지 꼼꼼히 살펴보았다. 그러고는 자 됐어 이 녀석으로 장만해서 들고 가자고, 하고 생각했다.
큰아이 두발자전거 몸통에는 꽃무늬 한 가득. 큰아이 두발자전거 안장에도 꽃그림 한 가득. 큰아이가 입은 겉바지 정강이에도 꽃무늬 소담스레 하나. 꽃과 꽃이다. 봄을 맞이한 시골 들판은 곳곳에 아기자기한 작은 꽃이 흐드러지고, 아이들은 서로 어여쁜 꽃웃음 되어 논다. 들꽃은 들꽃대로 어여쁘고, 너희 어린이꽃은 어린이꽃대로 어여쁘구나. 모두 꽃이 되는 아름다운 봄이네. 4346.3.9.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