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도로 책읽기
고흥에서 서울로 가는 시외버스는 고속도로를 달립니다. 고속도로는 반듯합니다. 멧골과 멧골 사이에는 높다란 다리를 놓습니다. 멧자락마다 구멍을 뻥뻥 뚫습니다. 멧구멍은 아주 깊어 1∼2분씩 120킬로미터로 달려도 그치지 않는데, 이런 멧구멍이 열 차례 스무 차례 이어집니다. 아마, 어디에서나 서울로 가는 길은 이처럼 곧고 시원하며 빠르겠지요. 그래요, 참말 곧고 시원하며 빠르기에 고속도로입니다. 구불구불 멧자락 덜 깎으며 가는 길이란 고속도로가 아닐 테지요.
숲이 나날이 무너집니다. 바람이 나날이 매캐합니다. 햇살이 나날이 시듭니다. 풀꽃이 나날이 집니다. 사람들 얼굴에 웃음이 나날이 걷히고, 사람들 얼굴에 더 빨리 더 빨리 더 빨리, 라는 세 글자 더 굳게 나날이 드러납니다. 4346.3.6.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