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말을 죽이는 외마디 한자말
(918) -화化 84 : 내면화 1
성과와 포상이 연결되어 있음을 반복 체험하면서 성과주의를 굳게 ‘내면화’한다
《강수돌-일중독 벗어나기》(메이데이,2007) 77쪽
“연결(連結)되어 있음을”은 “이어진 모습을”이나 “이어진 삶을”이나 “이어진 얼거리를”이나 “이어진 틀을”로 다듬고, ‘반복(反復)’은 ‘잇달아’나 ‘자꾸’나 ‘되풀이해서’로 다듬습니다. ‘체험(體驗)하면서’도 ‘겪으면서’로 손봅니다. “성과(成果)와 포상(褒賞)”은 그대로 둘 만하지만, “열매와 보람”이라든지 “즐거움과 선물”로 손질할 수 있어요. ‘성과주의(成果主義)’ 같은 낱말은 ‘열매따기’나 ‘열매바라기’나 ‘열매얻기’처럼 새롭게 적바림할 수 있습니다.
2007년까지 국어사전에 ‘내면화(內面化)’ 같은 한자말은 안 실립니다만, 2013년에 접어들어 다시 들추니, 이제 이 한자말은 국어사전에 버젓이 실립니다. 낱말뜻은 “정신적·심리적으로 깊이 마음속에 자리 잡힘”이라고 나옵니다. 그런데, 말풀이에 나오는 ‘정신’과 ‘심리’란 무엇일까요. ‘정신적·심리적으로’ ‘마음속에’ 자리가 잡힌다고 적은 낱말풀이는 얼마나 알맞을까요.
한자말 ‘내면(內面)’은 “(1) 물건의 안쪽 (2) 밖으로 드러나지 아니하는 사람의 속마음”을 뜻한다 합니다. 그러니까, 한국말은 (1) 안쪽, (2) 속마음, 이와 같다 하겠습니다. ‘-化’붙이 한자말 ‘내면화’는 ‘속마음’이 어떻게 되는 모습을 가리키는 자리에 쓴다 할 테지요.
성과주의를 굳게 내면화한다
→ 열매바라기를 굳게 몸에 익힌다
→ 열매따기를 굳게 받아들인다
→ 열매얻기를 단단히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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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속으로 자리를 잡는 모습이라면, ‘삭히다’나 ‘곰삭히다’ 같은 낱말이 잘 어울리겠다고 느낍니다. ‘내면’이나 ‘내면화’ 같은 한자말이 한국말 사이에 스며들기 앞서는, 누구나 이렇게 말했겠지요. “굳게 삭힌다”라든지 “굳게 곰삭힌다”처럼.
이 보기글에서는 열매에 목을 매다는 삶을 굳게 ‘배운다’거나 ‘익힌다’고 할 수 있습니다. 배우거나 익힌다 할 때에는 ‘받아들인다’거나 ‘맞아들인다’는 소리입니다. 또는, ‘자리잡게 한다’라든지 ‘뿌리내리게 한다’처럼 적을 수 있어요. “열매바라기가 또아리를 튼다”라든지 “열매바라기가 스며든다”처럼 적어도 어울려요.
아름다운 버릇도 익숙해지고, 아름답지 않은 버릇도 익숙해집니다. 아름다운 말도 차근차근 익히고, 아름답지 못한 말도 익힙니다. 어느 쪽이든, 스스로 자꾸 듣는 말투가 귀에 익고 손에 익습니다. 삶을 슬기롭게 추스르면서, 몸가짐과 말차림과 넋을 곱게 여밀 수 있기를 빕니다. 4340.7.1.해/4346.2.26.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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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매와 보람이 이어진 틀을 자꾸 겪으면서, 열매바라기를 굳게 ‘배우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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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化)' 씻어내며 우리 말 살리기
(178) -화化 178 : 내면화 2
그렇게 자유를 내면화해야 하는데, 우린 어릴 때부터 금지를 내면화해 … 그래서 욕망을 속으로 삭이는 데 익숙해졌지
《고성국·남경태-열려라, 인생》(철수와영희,2013) 75∼76쪽
‘금지(禁止)를’은 그대로 두어도 될 테지만, ‘하지 말라는 말을’이나 ‘하지 마를’로 손볼 수 있습니다. ‘욕망(欲望)을’은 ‘하고 싶은 무엇인가를’이나 ‘하고 싶은 일을’이나 ‘꿈을’로 손질합니다.
자유를 내면화해야 하는데
→ 자유를 익혀야 하는데
→ 자유를 삭혀야 하는데
→ 자유를 버릇 들여야 하는데
→ 자유를 알아야 하는데
…
마음속에 자유를 자리잡게 하는 일이라면, “자유를 자리잡게 해야 하는데”처럼 적을 수 있습니다. 있는 그대로 적으면 됩니다. 자유가 내 좋은 버릇이 되도록 하는 일이라 할 수 있으니, “버릇 들여야”와 같이 적을 수 있습니다. 몸에 익숙하도록 하거나, 버릇으로 들인다 할 때에는, 배우거나 익히는 일입니다. 곧, 스스로 자유를 ‘알’려고 하는 일입니다.
이와 맞서는 모습으로, 금지가 자리잡는다 한다면, 무엇을 하지 말라는 틀에 ‘길들’거나 ‘갇히’거나 ‘가로막힌’다고 할 수 있습니다. 주눅든다 할 수 있고, 얽매인다 할 수 있으며, 짓눌린다 할 수 있어요. 발목이 잡힌다거나 등 떠밀린다고 해도 됩니다. 4346.2.26.불.ㅎㄲㅅㄱ
금지를 내면화해
→ 하지 말라는 데에 길들어
→ 하지 말라는 데에 주눅들어
→ 하지 말라는 데에 갇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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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자유를 익혀야 하는데, 우린 어릴 때부터 하지 말라는 데에 길들어 … 그래서 꿈을 속으로 삭히는 데 익숙해졌지
(최종규 . 2013)